공터에서 첼로를 연습 중인 조세핀 누심바 무퐁고의 모습이 평화롭고 아름답다. 그는 낮이면 시장에서 달걀을 팔고 저녁엔 첼로 연습을 한다. 그는 1994년 창단된 킴바구이스트 교향악단 소속으로 대부분 단원은 독학의 아마추어 연주자들이다. ‘예술과 엔터테인먼트’ 싱글 부문 1등을 차지한 아일랜드 출신 앤드루 매코넬의 사진. 세계보도사진재단 제공
지난해 지구촌을 뒤흔든 뉴스를 비롯해 자연과 환경, 인물과 사회문화 트렌드를 두루 아우른 2011 세계보도사진전(WORLD PRESS PHOTO 11)이 28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 전당 V갤러리에서 개막한다, 해마다 세계를 순회하는 전시는 오늘의 세계사를 사진으로 되짚는 자리다.
네덜란드 왕실이 후원하는 세계보도사진재단이 주관하는 이 전시로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8회째다. 125개국 5691명이 출품한 10만8000여 작품을 9개 분야로 나눠 심사했고 한국의 송수정, 강경란 씨가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전시에선 23개국 55명의 수상작을 중심으로 17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8월 28일까지. 4000∼8000원.
남아공 출신 포토저널리스트 조디 비버는 아프간 여인 아이샤의 초상사진으로 대상을 받았다. 코가 잘린 그녀의 모습은 전 세계에 큰 충격을 던졌다. 그는 미국 시사지 타임의 의뢰로 아프간 카불의 여성보호소에서 만난 아이샤에 대해 “슬픔에 차 있었지만 놀랄 정도로 아름다웠다”며 “그녀가 보여주었던 그 표정, 그 눈은 나의 힘으로 이끌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고 회상한다. 지금 그녀는 미국으로 건너가 성형수술을 받은 상태다.
하나하나의 보도사진에는 극적인 긴장감과 이슈가 농축돼 있다. 활자가 아닌, 충격적 이미지를 통해 정의란 무엇인가를 관람자가 스스로 묻고 답하게 만든다. 고질적인 아프리카의 분쟁과 빈곤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소말리아에서 예멘으로 향하는 난민들이 걷다가 지쳐 사막에 쓰러진 모습, 고엽제를 뿌린 지 40년이 지났지만 해마다 15만 명이 장애를 갖고 태어나는 현실이 베트남의 아홉 살 소녀를 통해 그려진다. 인간의 어리석음에 덧붙여 지진 화산 홍수 등 무시무시한 자연재해도 비극을 증폭시킨다. 리히터 규모 7의 지진이 강타한 아이티의 시체안치소에 쌓인 시신 위로 또 다른 시체를 던지는 남자는 일상화된 죽음과 생명의 존엄을 돌아보게 된다.
○ 사진으로 읽는 오늘의 역사
세계보도사진재단이 ‘2010 올해의 사진’으로 선정한 조디 비버의 작품은 인물의 존엄성을 잘 표현했다. 당시 18세였던 사진 속 주인공은 남편의 폭력에 못 이겨 친정으로 도망갔다가 귀와 코가 잘린 채 버려졌다
지금 우리의 살아있는 역사와 만나는 세계보도사진전. 세계가 한 집안임을 깨우쳐준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