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황구도’ 연기 ★★★ 대본 ★★★☆ 연출 ★★★☆ 무대 ★★★
개들을 의인화한 동화같은 연극 ‘황구도’는 17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작품이지만 극단의 젊은 배우들을 출연시켜 새로운 느낌을 준다. 극단 작은신화 제공
그러니 극의 관전 포인트는 오히려 내용보다는 실험적인 표현 형식에 있다. 또 작가가 개의 시점에서 ‘이럴 것이다’라고 상상해 그리는 인간의 모습도 흥미롭다.
주인 장정(서광일)의 집 마당에 사는 아담은 집 안에 사는 캐시와 영원한 사랑을 맹세한다. 하지만 둘이 교미해 잡종견을 낳는 것이 싫은 주인은 강제로 둘을 격리시키고 캐시를 같은 스피츠인 거칠이(최지훈)와 짝지어준다. 상처받은 아담은 가출해 5년간 거리를 떠돌다 다시 집으로 돌아가 캐시와 함께 도망친다.
극중 사람으로 나오는 장정과 여성들은 손발과 머리가 기형적으로 크고 특히 여성은 가슴과 엉덩이를 몇 배로 키운 과장된 외모로 그렸다. 최용훈 연출은 “개들은 심플하게, 인간은 성숙되지 못하고 과장되게 그려 대조를 이루게 했다”고 말했다.
무대도 매끈매끈한 재질의 꽃들, 하늘 무늬 우산, 스마트폰 그림 메뉴의 이미지로 어린이 공연 같은 느낌을 줬다.
극단 작은신화가 창단 25주년을 맞아 1993년 초연한 뒤 1994년 재공연 이후 17년 만에 무대에 올린 작품. 원래 공연과 달라진 건 ‘완전한 사랑’을 실현한 늙은 개 커플의 등장이다. 조광화 작가는 “젊은 시절 치기 어린 작품이다. 세월이 흐른 만큼 성숙한 뭔가가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이 장면을 넣었다”고 말했다.
김성규 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