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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사회참여 연예인

입력 | 2011-07-19 20:00:00


미국 홈쇼핑 채널 QVC는 최근 베트남전 반대 운동으로 유명한 미국 여배우 제인 폰다의 신간 ‘프라임 타임’을 홍보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그의 반전운동 경력을 비판하는 시청자들의 항의 때문이었다. 폰다는 당시 베트콩의 대공포 위에 앉아 웃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미국 참전 용사들로부터 맹비난을 받았다. 폰다는 나중에 여러 차례 실수를 인정했지만 전쟁에 반대한다는 주장은 굽히지 않았다.

▷한국에서 최근 다시 연예인의 사회참여가 주목받은 것은 여배우 김여진 씨의 반값 등록금 1인 시위부터다. 그 전에 홍익대 청소용역 노동자 농성장을 방문하는 활동을 할 때만 해도 김 씨는 기성 언론이 소홀히 한 분야에 관심을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반값 등록금 시위 이후 한진중공업 파업 사태 등 곳곳에 얼굴을 비치면서 ‘영화나 드라마보다는 뉴스 현장에 더 자주 나타나는 배우’라는 비아냥거림을 받는다.

▷MBC가 “사회적 쟁점에 대해 특정 의견을 공개적으로 지지 또는 반대하는 발언이나 행위”를 한 경우 고정출연을 제한하는 새 심의규정을 만들었다. 이 규정에 따라 김 씨의 라디오 고정패널 내정이 취소됐다. 즉각 조국 서울대 교수, 소설가 공지영 이외수 씨가 반발해 MBC 출연 거부를 선언했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MBC는 연예인의 사회적 발언 그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이 아니라, 그런 발언을 공정성을 지켜야 하는 공영방송에서 지속적으로 반복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연예인뿐 아니라 교수 의사 등에도 해당하니까 연예인을 특별히 차별대우하지도 않았다.

▷판단력이 흐린 청소년들에게 연예인의 발언은 파급력이 크다. 광우병 파동 때도 몇몇 연예인이 비과학적 선동으로 청소년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쳤다. 사적(私的)으로 제작되는 영화나 공연과는 달리 공적(公的) 성격의 전파를 사용하는 방송에 정치적 편향을 막는 장치를 두는 것은 당연하다. 사회참여 연예인이라는 뜻으로 소셜테이너(socialtainer)란 말이 한국에서 유행한다. 영어에도 없는 국적 불명의 말이다. 우리처럼 국내의 정치적 이슈만 따라다니는 연예인이 아니라 수단 다르푸르 평화 활동을 펴는 조지 클루니 같은 진정한 사회참여 연예인을 보고 싶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