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1998년 도둑이 들어 훔쳐가려다 깨뜨린 것을 다시 수리한 청자양각 촉규무늬 대접, 고려인들의 분재 감상 문화를 보여주는 청자상감 모란국화무늬 화분, 독특한 모양과 세련된 무늬가 돋보이는 청자상감 모란무늬 편호. 강진청자박물관 제공
고려 때 청자를 생산했던 강진군이 30일부터 9월 30일까지 ‘고려청자, 천년만의 강진 귀향’ 특별전을 마련한다. 고려미술관과 도쿄(東京)의 이데미쓰(出光)미술관 등 일본과 국내 곳곳에 흩어져 있는 강진산 고려청자 52점을 초대하는 자리다. 고려 때 강진에서 만든 고급 청자들은 대부분 수도인 개경으로 올라갔고 이후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유출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1988년 정 씨가 교토 시치쿠에 세운 고려미술관. 이곳엔 평생 수집한 한국의 문화재 1700여 점이 소장돼 있다.
정조문은 여섯 살 때 아버지 손에 이끌려 일본으로 건너갔다. 어린 시절 차별 속에서 부두 노동자로 막일을 하면서 지내야 했다. 성인이 되면서 사업을 시작했고 조금씩 돈을 모아나갔다. 1949년 어느 날 교토 거리를 걷다 갤러리 진열장에 전시된 조선시대 백자 달항아리를 만났다. 그 모습에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발견했다. 곧바로 일본에 유출된 문화재를 모으기 시작했다. 도자기 회화 불상 금속공예품 목공예품 민속품 등 1700여 점을 모아 고려미술관을 세웠다. 이 씨는 “그 백자에 이끌려 문화재 수집을 시작했고 그래서 고려미술관까지 탄생한 것”이라고 했다. 고려미술관 컬렉션 가운데 도자기 컬렉션은 특히 정평이 있다.
정조문은 고려미술관연구소를 만들어 한국 문화와 문화재를 연구하고 관련 강좌를 개설했으며 ‘일본에 남은 조선문화’라는 잡지도 발간했다.
이번에 출품된 청자 세 점은 명품으로 평가받는다. 양쪽이 평평한 항아리 모양의 청자상감 모란무늬 편호는 형태 면에서 희귀한 데다 구름과 학, 모란 무늬도 뛰어나고 전체적으로 우아한 품격을 지니고 있다. 청자 화분도 소중한 작품이다. 장남원 이화여대 교수는 “고려시대 분재를 심어 감상하거나 장식했던 문화와 관계가 있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1970년대 일본 교토 자택에서의 정조문. 당시 50대였던 그는 조국의 문화재를 수집하면서 박물관 건립의 꿈을 키워 나갔다. 고려미술관 제공
이번 전시는 강진군 청자도요지에서 열리는 강진청자축제(30일∼8월 7일)의 일환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청자음각 구름용무늬 상약국명(尙藥局銘) 합’(보물 1023호), 호림박물관의 ‘청자상감 연꽃버드나무무늬 덕천명(德泉銘) 매병’(보물 1452호), 개인 소장의 ‘청자음각 구름무늬 병’(보물 1035호), 선문대 박물관의 ‘청자상감 연꽃국화무늬 정릉명(正陵銘) 통’,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의 청자 사자모양 향로 등도 함께 선보인다. 1688-1305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