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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서울지하철 ‘여성 전용칸’ 19년만에 부활 추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입력 | 2011-07-20 03:00:00

여성보호냐… 2호선 막차 성추행 ‘안전칸’ 9월 시범운행역차별이냐… “피해 안 당하려면 여성칸으로?… 되레 불쾌감”




여성 전용칸이 처음 도입된 1992년 당시 ‘여성·노약자 전용’이라고 적힌 지하철 차량에서 남녀 승객이 뒤섞여 내리고 있다. 출퇴근 시간대에는 전용칸 탑승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았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서울시가 여성 승객을 보호하기 위해 지하철에 ‘여성 전용칸’을 부활하기로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8일 시 도시교통본부, 서울메트로(1∼4호선 운영),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 운영) 등 지하철 관계부서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여성 전용칸을 추진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8월까지 시민 의견을 모아 9월부터 전용칸을 시범 운행할 예정이다. 여성 전용칸이 부활하는 것은 19년 만이다.

○ 9월부터 2호선 막차에 시범 운행

여성전용칸제도는 지하철 내 각종 범죄로부터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열차 10칸 중 한두 칸에 여성만 탈 수 있도록 지정하는 것이다. 승객이 많은 2호선 막차 중앙 두 칸에 시범적으로 안전칸을 만드는 방안이 검토된다. 시는 ‘전용칸’이라는 표현 대신 ‘안전칸’이라는 이름을 붙일 계획이다. ‘전용’이라는 단어가 남성에 대한 역차별 논란을 낳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여성칸이 처음 생긴 것은 1992년이다. 당시 철도청(옛 코레일)은 인천·수원∼의정부 노선(1호선 및 국철 구간)을 다니는 열차 양끝을 여성칸으로 지정해 출근시간대인 오전 6시 반부터 9시까지 2시간 반 동안 운영했지만 잘 지켜지지 않아 흐지부지됐다. 이후 2007년 6, 7호선에 여성칸을 부활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반대 여론에 밀려 무산됐다. 당시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설문조사에서는 53.2%가 도입에 반대했다. 시 관계자는 “여성칸이 실패했던 원인을 면밀히 분석해 여성들이 안심하고 지하철을 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찬반 논란은 계속될 듯

시가 여성칸을 다시 만들려는 것은 계속되는 지하철 내 성추행 사건 때문. 시 관계자는 “오 시장이 지하철 안전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확고하다”고 말했다. 지하철경찰대에 따르면 지난해 붙잡힌 지하철 성추행범은 1192명으로 2009년 671명에 비해 77%나 늘었다. 노골적인 신체접촉부터 휴대전화로 속옷을 촬영하는 행위까지 유형도 다양하다. 지하철이 성추행범의 천국이 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해 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성칸 도입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의견이 적지 않다. 이윤상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성범죄를 없애기 위해 여성과 남성을 분리하겠다는 것은 1차원적인 대응방식”이라며 “‘피해를 안 당하려면 여성은 안전칸으로 가라’는 무언의 강요를 받는 것이 될 수 있어 도리어 불쾌감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시민의식이 바뀌지 않는 한 여성칸으로는 성추행을 추방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하철 운영 기관의 한 관계자는 “전용칸에 있는 남성 승객을 강제로 이동시킬 수 없을 텐데 단속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신용목 서울시 교통기획관은 “여성단체와 충분히 논의해 제도적 문제점들을 보완하고 대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전용칸 설치와는 별도로 시는 지하철역 내에도 학교 보안관처럼 안전담당요원을 두는 ‘지하철보안관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또 지난달 1∼4호선 5개 역에 시범 실시했던 심야시간대 시민 집중 보호 프로그램인 ‘세이프 존’을 다른 역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