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가 또 다시 파행 위기를 맞았다.
4월 새 회장으로 선출된 구옥희 씨가 3개월여 만에 법원으로부터 직무정지 당하면서 다시 혼란에 빠졌다. 14일 서울중앙지법 민사 50부는 KLPGA 구옥희 회장과 강춘자 수석부회장, 이기화 부회장 등의 직무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협회는 마비 일보 직전이다. 집행부는 물론 사무국 역시 모두 물갈이 되면서 업무 공백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협회 운영은 당분간 대리인의 손에 맡겨진다.
KLPGA는 지난 수개월 동안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역대 처음으로 선수 출신이 회장에 당선되면서 외형상으로는 선수 중심의 협회로 거듭났다. 하지만 혼란의 연속이었다. 회장 선출 이후 전 집행부였던 김미회 전무이사가 임원 5명에 대한 직무정지 가처분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절차를 무시한 총회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다.
사무국도 동요했다. 10년 넘게 몸담았던 사무국장을 비롯해 직원들이 하나 둘 협회를 떠났다. 3개월 동안 집안싸움만 벌여왔다.
길었던 집안싸움은 법원의 판결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한번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데 몇 배의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사무국의 빈자리도 당분간은 메우기 힘들 전망이다. 베테랑들이 떠난 자리에 경험이 미숙한 직원들만 있다. 당장 다음 주부터 하반기 대회가 시작된다.
새 집행부와 구 집행부 모두 ‘KLPGA는 가족이다’는 말을 하고 있다. 그러면서 ‘단합과 화합’이란 말을 가장 먼저 입 밖에 냈다. 하지만 집안싸움이 길어지면 남남보다 못하게 된다.
소송은 끝났지만 승자도 패자도 없다. 패자는 말이 없고, 승자는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를 보는 팬과 스폰서는 우려와 걱정뿐이다.
집행부 전원의 직무정지 처분이 내려진 날, 한 관계자의 말이 생각난다. “도대체 어쩌다 이 꼴이 됐는지 모르겠다. 처음으로 되돌리고 싶다”는 하소연에는 서글픔이 담겨있다.
개인의 욕심에서 비롯된 혼란이 한국여자골프의 위기로까지 번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주영로 기자 (트위터 @na1872) na187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