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경제의 거울’이라는 주가와 경제의 괴리가 우리에게는 낯설지 않다. 바로 198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한국 증시가 요즘의 중국과 비슷한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1989년부터 2005년까지 종합주가지수는 500∼1,000이라는 장기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당시 한국 경제는 두 자릿수대의 높은 성장률을 구가했지만 주가는 부진했다. 오히려 한 자릿수대의 성장이 고착화되면서 성장에 비관론이 득세했던 2000년대 중반 이후 종합주가지수는 장기 박스권을 넘어서면서 네 자릿수대에 안착했다.
경제가 고성장을 하는 국면에서 오히려 주식시장은 부진할 수 있다. ‘금융이 실질적인 부를 창출할 수 있는가’란 질문은 오래된 논쟁거리이다. 금융에서 벌어들이는 수익은 불로소득이란 편견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실물 경제에서 가치를 증식시킬 기회가 많으면 경제적 자원은 실물 투자로 집중되는 때가 많다. 선진국에서 금융이 발달한 것은 추가적인 실물 투자에서 기대할 수 있는 한계수익률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실물 부문에 대한 투자가 이미 골고루 이뤄져 추가적인 투자로 인한 기대 수익률이 높지 않은 상황이 와야 경제적 자원은 실물이 아닌 금융으로 배분된다. 요즘 중국은 1990년대 한국처럼 굳이 금융시장이 아니더라도 수익률을 높일 기회가 많은 고성장 경제다. 이 때문에 주가와 실물 경제의 괴리가 나타날 수 있다.
증권시장 발전 초기에 집중되곤 하는 과도한 신규 공급물량(유상증자, 신규상장)도 주식시장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한국도 1980년대 후반 이후 포스코, 한국전력, KT 등 거대 기업이 상장하면서 주식시장의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됐다. 주식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은 주식시장 본연의 존재 이유이지만 과도한 공급물량은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고성장하는 신흥국의 부상은 투자자들을 설레게 한다. 그렇지만 주가가 고성장 국면에서 늘 올랐던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