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형적 발전에 곪아가던 상처 터졌다”
‘아프리카 경제 발전의 희망이라 불렸던 말라위에서 왜 이런 참사가 벌어졌을까.’(영국 일간지 가디언)
아프리카 동남부의 소국(小國) 말라위에서 빙구 와 무타리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20일부터 거리 시위를 벌이고 있는 시민 2000여 명을 정부가 무력 진압해 22일까지 최소 18명이 숨지고 41명이 크게 다쳤다. 무타리카 대통령은 앞으로도 시위에 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혀 인명 피해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남한보다 조금 더 큰 11만8000km²의 영토에 1990년대 민주화를 이룬 말라위는 이번 사태가 있기 전까지만 해도 ‘검은 대륙’에서 주목받는 국가였다. 지난 몇 년간 괄목할 만한 경제 성장을 이뤄왔기 때문이다. 최근 아프리카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5%로 다른 대륙보다 높다. 그중에서도 말라위는 2006년 이후 7∼10%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해 수위권을 달렸다. 그러나 외형만 있을 뿐 내실이 없었다. 국가경제는 발전했는데 전체 인구(약 1390만 명) 의 72%는 하루 평균 2달러도 벌지 못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특히 올해 들어 심각해진 연료 부족이 시위 폭발에 불을 붙였다”고 분석했다. 수도 릴롱궤에 있는 주유소에서조차 기름을 사려고 밤새워 줄을 섰다 빈손으로 돌아가는 풍경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가디언은 “외형적 발전에 가려진 채 곪아가던 상처가 결국 터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과의 외교 악화는 결정타였다. 국가 예산의 약 40%를 해외 원조에 의존하는 경제 구조인데, 주요 원조국인 영국이 언론탄압을 이유로 원조 중지 조치를 내렸고 말라위 경제는 곧바로 휘청댔다. 말라위는 지난해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외교전문에서 영국 대사가 자국을 비난했단 이유로 대사를 일시 추방해 영국과의 관계가 악화됐다.
사태는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혈 진압에 분노한 반정부 시위대는 무타리카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무타리카 대통령은 “악마에 현혹된 시위대가 나라를 망친다”며 “법대로 엄정 처리하겠다”고 선포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