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급 혹은 다선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추대되던 게 관례였던 한나라당 시도당위원장 선출이 올해엔 치열한 격전의 장이 되고 있다. 다양한 선수의 의원들이 맞붙는 것은 물론 원외 인사까지 경선에 뛰어들고 있다.
부산지역 한나라당 의원 11명은 18일 부산시당에서 만나 재선의 유기준 의원을 추대하기로 결정했다. 재선 의원이 시당위원장을 맡아 온 관례상 재선인 김정훈 의원에 이어 유 의원 차례라는 것에 다들 동의한 것이다. 그러나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원외의 최거훈 전 국회의장비서실장이 수용할 수 없다며 시당위원장 출마를 선언했다. 그러자 유 의원 추대에 합의했던 초선의 현기환 장제원 의원도 출마를 선언해 29일경 경선을 치를 예정이다.
경북도당에서도 합의 추대를 조율 중이지만 3선의 이병석 의원과 재선의 최경환 장윤석 의원이 출마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은 그동안 유력했던 정두언 의원이 여의도연구소장으로 가면서 재선의 전여옥 이종구 의원이 후보등록을 했으며 26일 시당대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경기도당에선 정진섭 의원이 시도당위원장의 경우 당직과 겸임하지 않는 관례에 따라 정책위 부의장 자리를 포기하고 도당위원장을 선택했다.
전국 16개 시도당위원장 중 복수 후보자가 출마하는 곳은 모두 5곳이다. 당세가 약한 호남지역의 경우 비례대표인 이정현 의원을 광주시당위원장으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본인이 고사해 후보군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의원들이 임기 1년짜리 시도당위원장에 이처럼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보다 내년 총선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당규 ‘공직후보자추천규정’에는 ‘시도당위원장은 중앙당 공천심사위원회가 시도 후보자를 최종 선정하는 회의에 참석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공천 때 자기 지역 공천에 의견을 내는 권리가 보장되다 보니 최소한 본인 공천은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