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 동떨어진 겉치레 정책이 고졸 울렸다”
○ ‘평등해질 줄 알았건만…’
공공기관 채용과 관련해 학력 철폐 문제가 처음 제기된 것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12월. 당시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 등 여성학, 사회학 전공학자 5명으로 구성된 ‘차별연구회’라는 연구모임은 국가인권위원회에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학력 연령 채용기준은 차별행위로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진정서를 냈다.
현 정부 들어서는 국무총리실이 지난해 7월 공공기관의 학력 차별 완화를 위한 학력 규제 개선 방안을 내놓았다. 총리실 관계자는 “전수조사 결과 아직 학력 제한을 두는 기관이 있어서 안을 내놨다”고 했지만 변변한 학력 차별 완화책을 못 찾다 보니 전 정부 정책에 숟가락을 얹은 셈이다.
현실에서는 학력 차별이 더욱 심해졌다. 채용공고에는 ‘학력을 묻지 않는다’고 명시했지만 실제로는 전문계고 출신과 석·박사 출신이 함께 경쟁하는 구조가 됐다. 학력 제한 철폐 이후 대졸 공채는 물론이고 고졸 공채 자리도 대졸 출신들이 차지했다. 과잉 학력으로 고졸 출신이 설 자리가 없어진 셈이다. 인권위 김은미 차별조사과장은 “애초 취지와 다르게 제도가 운영된 건 인정한다. 개선할 방법을 찾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2003년 당시 진정서 제출을 주도했던 ‘차별연구회’ 멤버인 조순경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는 “실태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인정하면서도 “학력 제한 철폐 때문에 역차별이 생겼다는 것은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 공공기관 채용공고를 보면 개선이 많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추가 인터뷰 요청에 조 교수는 “차별연구회는 개별 멤버가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다”며 거부했다.
○ 누리꾼들은 ‘부글부글’
공공기관 고졸 채용률이 1%에 불과하다는 본보 보도에 이날 누리꾼들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등에 댓글로 대거 공감을 표시했다. 누리꾼들은 “정부가 하는 짓은 겉치레일 뿐이다. 채용한다고 해도 모두 계약직이니 속지 말자” “이러니까 대학 진학률이 80%가 넘는다” “대통령은 사기업만 보채지 말고 공공기관부터 바꿔라”라며 분노를 표시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