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쪽같은 코치 ‘볼’中 영입 거절 ‘의리남’에 농담도 즐기는 ‘쾌남’나태해진 박태환엔 “그만둬” 호랑이 선생님“선수지도가 삶의 기쁨”…호주 총감독도 NO!
‘마린보이’의 뒤에는 볼 코치가 있었다. 박태환이 2년 전 로마의 아픔을 씻고 상하이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을 수 있었던 것은 볼 코치의 헌신적 지도 덕분이었다.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마이클 볼은 수영강국 호주에서도 손꼽히는 지도자다. 2011상하이세계선수권에 출전한 호주대표팀에는 그의 클럽 소속 선수가 7명이나 된다. 볼은 2008년 스테파니 라이스(호주)를 지도해 베이징올림픽 3관왕으로 이끌었지만 남자선수를 세계챔피언으로 만든 적은 없었다. 24일 박태환의 금메달로 볼은 숙원을 이뤘다. 박태환이 쑨양(중국)을 꺾으면서 30년 지기이자 라이벌인 데니스 코터렐(호주)과의 대리전에서도 완승을 거뒀다.
○의리의 사나이
볼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관계자는 “볼이 ‘의리’와 같은 한국적 정서를 중요시한다”고 평했다. 그 사례가 중국의 영입 제안을 뿌리친 것이다. 볼은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을 끝으로 박태환과 계약이 만료되는 상황이었다. 중국수영연맹은 광저우아시안게임 내내 볼을 밀착 마크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노(NO)”였다. 볼은 “당신의 클럽에 중국선수들을 보낼 수 없느냐”는 물음에도 “박태환이 있어서 (도의상)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페인 총감독 제의에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볼은 한국 취재진에게 “중국에서 발 마사지를 받았더니 키가 크는 것 같다”고 농담을 던질 정도로 유쾌한 성격의 소유자다. 훈련 분위기도 항상 밝게 유지한다. 광저우아시안게임을 약 40일 앞두고 박태환이 부담감 속에 슬럼프에 빠졌을 때는 면담을 통해 마음의 짐을 덜어줄 정도로 자상한 면도 있다. 그러나 소속 클럽 선수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지도자이기도 하다.
올해 체중을 감량하라는 약속을 어긴 라이스(호주)에게 “당장 수영을 그만두라”고 할 정도로 단호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박태환 역시 풀어질 경우 불호령이 떨어진다. “들어가라. 그냥 쉬어라.” 그러면 박태환도 정신을 번쩍 차리고, “다시 물에 들어가겠다”며 마음을 다잡는다. 한 관계자는 “박태환이 올해 ‘한국에 돌아가라’는 얘길 들을 정도로 심하게 혼이 난 경우도 2번 있다”고 전했다.
○삶의 낙? 풀장에서 선수들 지도하는 것
광저우아시안게임 직후 볼은 호주의 총감독 제의를 받았다. 그러나 이를 정중히 거절했다. “아직 나는 클럽에서 선수들을 가르치는 것이 좋다”는 게 이유였다. 볼은 소속 클럽에 가장 빨리 나오는 지도자다. 매일 새벽 4시 반이면 나와서 직접 수질 체크를 한다. 볼은 딸이 2명인데 첫째 딸도 수영선수(평형)다. 둘째 역시 축구선수인 운동가족. 한 관계자는 “볼이 ‘딸이 올림픽 나가면 지도자 그만 할 것’이라고 농담을 던지더라”는 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