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청사 폭탄 터뜨려 7명 살해… 섬으로 가 청소년 86명 학살
살려달라 비는 소년에게 총 겨눠 23일 노르웨이 우퇴위아 섬 물가에서 한 캠프 참가자(흰색 동그라미)가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누는 테러범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붉은색 동그라미)를 향해 살려달라며 빌고 있다. 사진 출처 데일리메일
캠프장으로 바로 향한 그는 캠프 주변 곳곳에 흩어져 활동하고 있던 청소년들에게 손짓을 하며 “오슬로 테러 문제 때문에 할 얘기가 있으니 잠시 모여 달라”고 큰 소리로 말했다. 경찰관 복장에 안심한 사람들은 그의 주변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는 청소년들에게 “더 가까이 밀집해 달라”고까지 말했다.
잠시 후 브레이비크는 가져온 가방에서 자동소총을 꺼내 청소년들을 향해 무차별로 난사하기 시작했다. 앞에 서 있던 사람들이 먼저 피를 흘리며 쓰러졌고 뒤쪽에 서 있던 청소년들은 비명을 지르며 숲 속으로 도망가거나 인근 건물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일부는 물가로 달려가 뛰어들었다. 생존자 엘리세 양(15)은 “범인이 서 있던 바위 뒤에 숨어 있었는데 그는 ‘숨어도 소용없어. 나는 경찰이야. 어서 나와’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말했다.
헤엄쳐 섬을 탈출한 한 소녀는 “그는 너무나 침착했다. 기괴할 정도였다”며 “확신에 찬 태도로 천천히 섬을 이동하면서 사람들이 보이는 족족 총을 쐈다”고 현지 방송에 말했다. 왼쪽 어깨에 총상을 입은 아드리안 프라콘 씨는 “범인이 ‘나치 영화’의 등장인물 같았다”고 말했다. 다행히 섬 안에 있는 작은 학교 건물에 숨어 있던 이들은 목숨을 건졌다.
참혹한 테러 와중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생존자들을 구출한 의인(義人)들이 있었다. 섬에서 약 2km 떨어진 스트로야 섬 여름 별장에 있던 카스페르 아일라우그 씨(53)는 길이 5.5m의 낚싯배를 타고 우퇴위아 섬에 들어가 해변으로 도망친 청소년들을 3번이나 육지를 오가며 구해냈다.
오슬로·우퇴위아=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