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소암 수술 후 득남한 그녀… 해피엔딩이죠?”
《박상윤 국립암센터 자궁암센터 교수(58)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난소암 전문의다.그는 스스로 ‘변태’라 부른다.“수술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더욱 힘이 납니다.암 세포를 다 떼어내고 깨끗해진 모습을 보면 제 마음도 깨끗해지는 기분입니다.스스로 생각해도 좀 변태 같죠.” 난소암 말기 환자들은 암 세포가 가슴에서 골반에 이르기까지 퍼져 있다. 간 췌장 등 장기 곳곳에 달라붙은 암 세포를 떼어내는 게 난소암 전문의의 일이다. 8시간이 넘는 것은 보통이고 길어지면 14시간 넘게 걸리기도 한다.》
2000번이 넘는 난소암 수술을 집도한 박상윤 국립암센터 교수. 그는 “8시간 이상 걸리는 힘든 수술이지만 산모와 아기를 같이 살리는 일에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고양=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
난소암에 걸리면 모두 임신을 못하게 되는 줄 아는 환자도 많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2001년 12월 당시 37세였던 방송작가 A 씨는 난소암 1기 진단을 받았다. 그녀는 박 교수를 만나 “아이를 정말 못 낳게 되나요?”라고 물었다. 많은 난소암 환자가 A 씨처럼 아이를 못 갖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호소한다. A 씨의 암세포는 천만다행으로 일찍 발견됐다.
A 씨는 난소암 수술을 받은 4년 뒤 건강한 아들을 낳았다. 출산 뒤에는 곧바로 난소를 제거했다.
박 교수는 “난소암이 여성의 임신과 출산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난소암에 걸린 환자들의 임신 계획과 특별한 사연에도 신경 써야 하는 것이 의사의 본분”이라고 말했다.
○ 부인과에서 난소암 수술로 특화
박 교수는 의대 인턴 시절부터 산부인과, 특히 부인과에 매력을 느꼈다. 그가 인턴이었던 1979년에는 방사선 치료나 항암제 투여가 흔하지 않았다. 외과 수술이 필요해 환자 배를 열어도 손쓸 방법이 거의 없었다.
그의 선배들은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난소암 수술을 그에게 맡겼다. 난소암은 보통 3기 이후에 발견된다. 이때는 이미 암세포가 대장 위 간으로 전이돼 있기 마련. 젊은 시절부터 박 교수는 몸속에 퍼진 암 덩어리를 꼼꼼히 긁어내는 대수술에 팔을 걷어붙였다. 어떻게 하면 암 덩어리를 더 많이 제거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 그의 고민이었다.
장기를 감싸고 있는 복막을 떼어내 종양을 제거하는 치료법은 암 덩어리를 하나씩 긁어내던 난소암 수술에도 적용할 수 있었다. 박 교수는 2년간의 연구 끝에 난소암 수술에 복막절제술을 도입했다.
○ 2000번 수술과 도전을 즐기는 삶
국제적으로 난소암 생존율이 3기는 40%, 4기는 15% 이상이면 높다고 본다. 박 교수팀의 난소암 3, 4기 환자의 생존율은 모두 50%를 넘는다. 복막절제술을 성공적으로 도입한 덕분이었다.
박 교수는 난소암뿐만 아니라 가점액종 종양 수술에서도 권위자가 됐다. 그는 가점액종 종양에 걸려 10년 동안 다른 병원에서 항암제 치료로 버텨오던 할머니를 2006년 1월 복막절제술로 치료했다.
그는 부인과 전문의의 길로 들어선 후 2000번 넘게 난소암 수술을 했다. 늘 도전의 연속이었고 그는 도전을 즐겼다. 지금도 그런 도전을 흔쾌히 받아들인다.
박 교수는 지금 임신 중에 난소암이 발견된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22주째에 난소암이 발견된 30대 임신부는 박 교수에게 “아이를 살리고 싶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일단 항암제 치료를 하며 상태를 지켜본 후 32주째에 아기를 꺼내고 난소암 수술을 진행할 계획이다. 두 사람의 생명도 그의 손에 달렸다.
고양=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송지은 인턴기자 연세대 아동가족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