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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남의 일 같지 않은 중국 고속철 대형사고

입력 | 2011-07-25 03:00:00


중국 동남부 저장(浙江) 성 원저우(溫州)에서 그제 고속열차의 일종인 둥처(動車) 2대가 추돌해 4량의 객차가 15m 높이의 다리에서 추락했다. 최소 43명이 사망하고 210명 이상이 다쳤다. 번개를 맞아 동력을 상실한 열차를 뒤따르던 고속철이 들이받은 사고였지만 안전관리 소홀과 기술력 부족이 사고를 키웠다. 열차가 천둥이나 번개를 맞아도 손상되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은 기본이다. 고장 난 열차를 모니터하는 관제실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베이징과 상하이를 잇는 징후(京호) 고속전철을 개통하기에 앞서 세계 각국 기자들을 불러 자랑했던 중국으로서는 이만저만 나라망신이 아니다. 경쟁국에서 훔친 기술을 충분히 소화하지 못해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는 비아냥거림도 나온다.

어제 국토해양부는 4월에 발표한 ‘KTX 안전강화대책’을 보완한 추가 대책을 내놓았다. 무려 82가지 대책을 망라했다. KTX 차량 고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비현장에 품질관리 조직을 신설한다는 내용이 눈에 띈다. 이르면 8월에 발족할 이 조직 구성원은 경험 많은 내부 전문가로 충원할 계획이다. 철도운행 조직과 별도로 정비와 부품을 체크하는 전담조직을 이제야 만들기로 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정비조원의 점검 결과를 정비조 책임자가 대충 확인하는 식으로 넘어갔을 가능성을 생각하면 끔찍하다.

이번 대책에는 그동안 문제를 일으킨 부품을 조기에 전량 교체하는 방안도 담겼다.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부품의 경우 교체 주기를 채우지 않아도 바꾸겠다는 뜻이다. 문제는 시간과 돈이다. 문제부품 전체를 미리 교체하려면 184억 원가량의 추가예산이 들고 교체기간은 앞으로 1년 정도가 걸린다. 급작스러운 고장의 위험성이 있지만 내년 6월 말까지는 요행수를 바라며 승객을 탑승시켜야 한다는 결론이다.

국산 고속철인 KTX-산천이 본격적으로 운행된 뒤 인명사고는 없었지만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원인도 다양해 ‘사고 백화점’을 방불케 한다. 2009년 월평균 고장건수가 1.92건에서 올해 월평균 5.1건으로 3배가량으로 늘어난 것도 불안하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차원에서 KTX의 안전대책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시행돼야 한다. KTX-산천의 사고가 잦으면 브라질 미국에서의 고속철 수주경쟁에서도 밀리게 된다. 중국 고속철 대형사고는 결코 남의 일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