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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오코노기 마사오]발리 섬 남북대화 이후

입력 | 2011-07-26 03:00:00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 겸 동서대 석좌교수

인도네시아 발리 섬에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각료회의가 열리는 동안 한국의 위성락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한의 이용호 외무성 부상이 22일 회담을 가졌다. 2년 7개월 만에 6자회담 남북 수석대표가 만난 것이다. 23일에는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박의춘 북한 외무상이 비공식적으로 만났고,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이달 중 미국을 방문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회담할 예정이다. 성사된다면 6자회담이 조만간 재개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남북대화→북-미대화→6자회담’이라는 3단계 방식은 올해 4월 중국의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김 제1부상에게 제안한 것이다. 이어 5월 하순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후진타오 주석은 6자회담 조기 재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북한은 경제재건에 힘을 쏟고 있어 안정적인 국제환경이 매우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의 두 차례에 걸친 무력도발과 우라늄 농축 진전을 경계하고 있는 미국은 남북대화를 적극 지지해왔다. 사실 북한과의 대화를 위해 한미 양국은 수주에 걸쳐 긴밀하게 협의했다. 발리 섬에서 북-미 외상 접촉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미국은 북한과 수석대표 회담을 열고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 재개 등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남북대화가 2시간에 걸쳐 이어진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 부상은 “(2005년 9월 6자회담에서 채택된) 9·19 공동성명을 확실하게 이행한다는 의지를 확인했다”고 했고, 위 본부장은 “회담이 생산적이고 유익했다. 비핵화교섭에 계속 노력하겠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북핵 일괄타결(그랜드바겐)에 관해 북측에 오해가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해 회담 내용에 대한 긍정적인 추측을 가능하게 했다.

물론 6자회담이 재개돼도 이 부상이 지적한 것처럼 그 기초는 ‘검증 가능한 비핵화’에 합의한 9·19 공동성명이다. 북한은 성명에서 “모든 핵무기 및 기존의 핵계획을 포기한다”고 약속했지만 아직까지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북-미 제네바합의의 역사가 보여주듯 북한이 우라늄 농축을 포함한 핵 활동을 동결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를 받는다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사실 조지 W 부시 정권 2년과 빌 클린턴 정권 6년 동안 북한의 원자로와 핵재처리공장은 모두 가동을 멈췄다. 다만 이를 위해 2기의 경수로 건설, 매년 50만 t의 중유 제공, 북-미관계 개선 등의 보상이 필요했다. 북한이 제2의 제네바합의를 요구한다면 우리는 이에 응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지 않으면 안 된다.

이번 남북대화에서는 비핵화 교섭만 있었을 뿐 남북 당국자 회담은 제외됐다. 하지만 비핵 교섭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남북 당국자 회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또 당국자 회담에는 이산가족 재회, 금강산 관광사업 등 눈에 보이는 사업도 있지만 최근 북한이 폭로한 수면하의 비밀교섭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남북관계는 복잡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내년 2월부터 4월까지 북한에서는 김정일 고희(古稀), 김일성 탄생 100년이라는 축하행사가 열리고 한국에서는 핵안보 정상회의와 총선이 있다. 또 11월과 12월에는 미국과 한국에서 대선이 실시된다. 이때 비핵화 교섭과 남북대화가 어떻게 뒤얽혀 진행될까. 남북 정상회담이 실현될 가능성에서부터 북한이 다시 핵실험이나 무력도발을 할 가능성까지 한반도 정세의 역동적인 전개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오코노기 마사오 게이오대 명예교수 겸 동서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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