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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연쇄 테러]“한국도 저꼴 날것”… 국내 외국인혐오단체 막말 ‘위험수위’

입력 | 2011-07-26 03:00:00

■ ‘反다문화’ 섬뜩한 동조 우려




최근 발생한 노르웨이 연쇄테러사건의 범인인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32)가 범행 전 다문화주의와 이슬람을 강력히 비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반(反)다문화주의 단체들이 이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온라인을 중심으로 개별적 차원에서 움직이던 국내 반다문화주의 움직임은 최근 경기 악화 및 실업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점점 규모가 커지고 조직화하는 양상이다. 초기 개별적으로 악플이나 선동성 글을 올리는 수준에서 최근에는 다문화를 반대하는 집단행동 및 집회를 여는 등 하나의 세력으로 발전해가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 ‘이슬람 국가를 노동 송출 국가에서 제외시켜 달라’는 글을 1500개 이상 올려 게시판을 마비시키는가 하면, 지난달에는 다문화를 미화했다며 서울 여의도 KBS 방송국 앞에서 집단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다문화 관련 법안을 발의하는 국회의원에게는 항의 전화나 e메일 테러도 서슴지 않는 상황이다.

▶본보 2010년 10월 19일자 A1면 광우병… 타블로… 이번엔 ‘이슬람 공포증’
2011년 5월 10일자 A12면 온라인 넘어 조직화 양상… 정치권 압박…

사건 발생 다음 날인 24일 ‘외국인노동대책시민연대’는 홈페이지에 ‘노르웨이 테러 남의 일이 아니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잔혹했지만 필요한 일”이라는 브레이비크의 발언을 앞세운 이 글은 ‘노르웨이식 다문화주의와 이에 기인한 무차별적인 회교도 유입 현상에 대해 잔혹한 테러를 불사할 정도로 반감을 가진 유럽 국민이 늘고 있다’ ‘노르웨이에 들어온 이슬람교도들이 적지 않은 문제점을 양산했기 때문에 브레이비크가 열 받았던 것’이라고 적었다.

또 ‘현재 유럽판 다문화주의의 영향을 받아 덩달아 다문화를 추구하고 있는 한국에서 이 같은 테러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평소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박탈당한 일자리를 되찾아 서민경제를 되살려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또 다른 단체인 ‘다문화정책반대’ 카페 회원들도 ‘(브레이비크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이다’ ‘멀지 않은 미래에 대한민국에서도 다문화를 추구했던 당들에 대한 응징이 일어날 개연성이 크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카페 회원 한 명은 범행 직전 브레이비크가 유튜브 사이트에 직접 올린 동영상 화면을 캡처해 올리기도 했다. 화면 속에는 ‘한 국가 내 다문화는 종교 인종 문화적 갈등을 야기해 결국 국력을 약화시킨다. 일본과 남한 문화는 그런 면에서 현존하는 세계 각국 문화 중 최강이라고 생각한다’고 적혀 있다.

이에 대해 회원들은 “저분(브레이비크) 너무 불쌍하다”, “한국은 안타깝게도 더 이상 단일민족 국가가 아니다”, “한국도 다문화, 다문화 하다가 저 꼴 난다, 어느 날 한국인이 기관총과 수류탄을 들고 200명 사살(할 수 있다)”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다문화 반대주의자들은 이번 노르웨이 테러 사건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며 한국 정부도 다문화주의를 철폐하지 않는 한 국내에서도 언제든지 이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류석춘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인력 부족으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들을 적극 유입해놓고는 이제 와서 이들 때문에 역차별당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것”이라며 “다만 극단적인 사회 갈등을 피하려면 반다문화주의자들이 주장하는 현재 국내 다문화 정책의 맹점 및 오류 등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귀담아듣고 반영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