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순안 타조목장 소개하면서 "일반 주민에게는 별 도움 안돼"
북한이 집중호우와 지난 겨울 한파로 인해 수년 만에 최악의 식량난을 겪고 있다고 AP 통신이 평양 순안발로 26일 보도했다.
이날 기사는 통신이 평양 종합지국 개설을 계기로 낸 3회 시리즈 중 마지막 회다.
통신은 평양에는 먹거리를 파는 노점상들이 여기저기 보이고 햄버거와 피자 가게도 북적이는 등 식량이 풍족해 보이지만 수도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은 식량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현지 주재 외국 구호단체를 인용해 전했다.
주민들은 장사나 물물교환, 텃밭으로 부족한 식량을 마련하고 있지만 북동부의 소도시 주민들은 그러한 수단도 없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위스개발협력청 카타리나 젤웨거 평양사무소장은 "바구니나 비닐봉지를 들고 다니면서 나무뿌리나 약초 등 먹을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모으고 다니는 북한 주민을 흔히 볼 수 있다"며 "최근 주택가 어린이집을 방문했을 때 이전보다 훨씬 더 영양상태가 안 좋은 아이들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북한은 과거 약 10년간 남한의 지원과 경제협력으로 식량 부족분을 메울 수 있었지만, 지난해 천안함이 '어뢰 공격'을 받은 후 이명박 대통령이 거의 모든 대북 협력사업을 중단시켰으며, 월평균 남북 교역량도 지난해 상반기 미화 4000만 달러에서 올해 들어 100만 달러 규모로 위축됐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식량 사정이 나빠진 이유로는 불리한 지형과 기후 조건, 토양 산성화, 비료 부족 등과 함께 최근 구제역으로 농사에 쓸 소가 부족해진 점 등이 꼽혔다.
통신은 북한이 고질적인 식량난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협동농장 사업을 시도했지만 지금까지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면서, 평양 외곽 순안에 있는 '타조 목장'을 소개했다.
북한은 극심한 식량난에 허덕이던 1990년대 후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아프리카에서 타조를 들여왔다. 타조 고기는 단백질 공급원이 되고 가죽으로는 생활용품을 만드는 등 버릴 것이없다는 이유에서였다.
북한 안내원은 당시 겨울철에 수입한 타조들이 혹한에 적응하지 못하고 얼어죽을까 우려해 조끼를 만들어 입혔다는 일화를 전했다.
이 목장은 타조가 1만마리로 늘었고 최첨단 도축기계와 소시지 제조기도 갖추고있다. 김정일은 이 목장을 흡족히 여겨 70회 이상 현장지도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타조고기는 평양의 고급 식당에서 별미로 제공될 뿐 식량위기를 겪고 있는 수백 만 주민에게는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앞서 지난 4월 세계식량계획(WFP)은 긴급 식량지원이 없으면 북한 주민 600만 명이 굶주릴 것이라며 국제사회에 긴급 구호자금 2억2400만 달러를 요청했다.
북한은 최근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에 식량지원 요청을 하면서 엄격한 분배 감시에 동의했는데 이런 양보는 북한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통신은 전했다.
디지털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