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 폴란드서 화학물 구입… 경찰, 감시 하루만에 중단英극우단체와 정기적 접촉, 英초긴장… 안전회의 소집
76명의 생명을 앗아간 노르웨이 연쇄테러범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32)가 범행 4개월 전인 3월 수상한 화학물질 거래로 노르웨이 경찰 당국의 감시선상에 올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브레이비크는 지난해 3월에는 런던에서 영국 극우단체인 ‘영국수호동맹(EDL)’ 지도자들과 만났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5일 보도했다.
노르웨이 경찰은 3월 브레이비크가 폴란드의 한 온라인 거래상으로부터 화학물질을 사들인 사실을 확인하고 감시대상에 포함시켰으나 사안이 경미하다고 판단해 하루 만에 조사를 중단했다. 경찰이 그를 지속적으로 감시했다면 테러 참사를 막을 수도 있지 않았겠느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얀네 크리스티안센 노르웨이 경찰치안국(PST) 국장은 25일 “폴란드의 화학물질 유통회사와 거래한 50∼60명의 명단을 3월에 입수했는데 그 안에 브레이비크도 들어 있었다. 그는 120크로네(약 2만3500원)를 지불하고 화학물질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경찰은 브레이비크가 어떤 인물인지 파악하기 위해 그의 전화통화와 e메일을 들여다보기까지 했으나 24시간 만에 감시를 풀었다.
브레이비크가 EDL과 꾸준히 접촉해온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브레이비크는 지난해 3월 네덜란드의 극우 정치인 헤이르트 빌더르스 자유당 당수가 영국 런던을 방문했을 때 그의 연설을 듣기 위해 런던을 찾았으며 이때 EDL 지도자들과 만났다. 신문은 또 EDL 관계자들을 인용해 브레이비크가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페이스북을 통해 여러 EDL 회원들과 정기적으로 접촉해왔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영국 경시청은 브레이비크와 영국 단체의 연관성을 조사하고 있으며,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25일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소집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브레이비크는 범행 직전 온라인에 띄운 선언문 ‘2083 유럽독립선언’에서 교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 이명박 대통령, 아네르스 포그 라스무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사무총장, 빌더르스 네덜란드 자유당 당수, 라도반 카라지치 전 보스니아 세르비아계 지도자, 아소 다로(麻生太郞) 전 일본 총리 등 7명을 만나고 싶은 인물로 꼽았다.
브레이비크는 캠프장에서 청소년들을 향해 총을 난사할 당시 아이팟에 연결된 헤드셋(마이크가 달린 헤드폰)을 끼고 영화 ‘반지의 제왕’ 삽입곡 ‘영원한 빛’을 들으며 학살극을 벌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데일리메일이 생존자들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브레이비크는 ‘독립선언’에서 “‘영원한 빛’을 반복적으로 듣겠다. 필요하다면 두려움을 억누르기 위해 아이팟 볼륨을 최대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