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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사회서 도마오른 ‘법정최고 21년형’

입력 | 2011-07-27 03:00:00

“76명이나 살해했는데…” 과잉보호 지적사형-종신형 촉구 10여개 그룹도 등장




76명을 무참하게 살해한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32)에 대한 법정 최고형이 징역 21년에 불과한 ‘무력한 법현실’ 앞에서 노르웨이 사회가 딜레마에 빠졌다.

AFP통신은 26일 “브레이비크가 21년형을 선고받는다면 사망자 1명당 약 100일을 감옥에서 지내는 셈”이라며 “노르웨이 내에서도 형법의 최고형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브레이비크에게 사형을 언도하자’는 페이스북도 등장했다고 전했다. 이것을 만든 마리 케우게루 씨는 “수많은 무고한 사람을 살해한 사람은 살 권리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페이스북 그룹에는 1783명이 등록했다. 연쇄테러 사건이 발생한 22일 이후 사형을 요구하거나 종신형을 촉구하는 10여 개의 그룹이 등장했다고 한다.

이런 기류 속에서 노르웨이 경찰은 26일 “브레이비크를 징역 21년이 최고인 형법 대신에 2008년 발효된 테러법에 따른 반인륜범죄로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반인륜범죄의 법정 최고형은 30년이다.

노르웨이 현행 법 체계 내에서도 브레이비크를 평생 감옥에 가둘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노르웨이 검사 카롤 산뷔에 씨는 “수감자가 심각한 범죄를 되풀이할 수 있는 위험인물이고 사회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면 판사가 5년에 한 번씩 형기 연장을 무한정으로 결정할 수 있다”며 “기술적으로는 평생 감옥에 가둬둘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가능성에 불과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종신형 자체를 반인권적이라고 받아들이는 노르웨이의 정서가 워낙 무겁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사회가 법으로 종신형을 존치시켜 놓았으면 하지 않아도 될 고민을 하게 된 것은 이 사회 특유의 강한 인권운동 영향력 때문이다. 노르웨이는 1905년 사형제를 폐지했고 2002년 무기징역도 없앴다. 그러다 보니 확정된 선고량에 추가해 판사가 복역기간을 늘리는 법치국가에 걸맞지 않은 편법을 동원하게 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상당수 노르웨이 법률가는 현행 법체계가 유지되기를 희망했다. 닐스 크리스티 오슬로대 법대 교수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노르웨이인은 응징에 대한 절제를 강조하는 국가에 사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며 “인권에 바탕을 둔 복지를 유지한다는 기본적인 이상을 지킬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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