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선율처럼… 행복한 결혼 꿈꾸세요”
김혜정 듀오 대표가 18일 서울 강남구 노보텔앰배서더강남호텔에 있는 피아노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김 대표는 고등학생 시절 전국대회에서 1등을 했을 정도로 피아노 실력이 뛰어나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 피아노도 치고 친구도 만나고
김 대표가 처음 피아노를 접한 것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다. 처음에는 별 생각이 없었다. ‘딸아이가 악기 하나 정도는 연주할 수 있었으면’ 하는 부모님의 바람이 김 대표를 피아노 학원으로 이끌었다. 지금처럼 피아노가 많지도 않았고 피아노 학원도 흔하지 않을 때였으니 어찌 보면 운이 좋았다. 한 반에 한두 명 정도가 피아노를 치던 시절이었다.
김 대표는 부모님 손에 이끌려 당시 살던 대구에 있는 피아노 학원에 첫발을 내디뎠다. 피아노 3대가 놓여 있는 작은 학원이었다. 하지만 처음에는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더 많았다. 학교를 마친 뒤 점심 먹고 학원에 가면 저녁이 될 때까지 친구들과 놀았다. 김 대표는 “집에는 동생밖에 없어 심심했는데 피아노 학원에는 친구들이 잔뜩 있어 그게 그렇게 신났다”라며 “피아노는 한두 시간 치고, 나머지 시간에는 친구들과 노는 게 일이었다”라고 회상했다.
○ 피아노로 전국대회 우승까지
초등학교 4학년이 되던 해 김 대표의 첫 도전이 시작됐다. 대구, 경북 지역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피아노 대회에 나가게 된 것. 아무것도 모르고 나간 그 대회를 김 대표는 잊을 수가 없다. 너무 떨어 제대로 실력 발휘도 못해보고 탈락했다.
김 대표는 “처음 나가는 대회라 너무 긴장했는데 하필이면 추첨으로 뽑은 연주 순서마저 첫 번째여서 무대에서는 곡도 생각이 안 났을 정도였다”라며 “멋모르고 나가 제대로 물 먹은 아홉 살 인생 최대의 좌절 순간이었다”라고 털어놨다.
그래도 피아노에 대한 애정은 깊어만 갔다. 부모님을 조르고 졸라 피아노를 집에 들여놨다. 줄이 끊어질 정도로 연습했다. 대회도 몇 번 나갔다. 상도 탔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나간 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그는 “출근하느라 못 오신 아버지 대신에 어머니만 자리를 지키며 대회에서 연주하는 모습을 봤는데, 처음으로 트로피를 받았을 때 부모님이 정말 기뻐하셨다”라고 말했다.
고등학교 때에는 아예 전국대회에서 우승도 했다. 대구에서 열린 전국음악공연대회에서 대상을 탄 것. 김 대표는 이 대회에서 베토벤 곡을 연주해 대상인 문교부 장관상을 받았다.
○ 결혼 환상 잃은 젊은이들에게 꿈 불어넣고 싶어
2001년 듀오 대표를 맡은 뒤에도 그에게 피아노는 활력소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피아노 연주를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김 대표는 “결혼정보업체 일은 주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며 격려하는 것인데 어떤 때에는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 줄 에너지가 고갈될 때가 있다”라며 “그럴 때 피아노는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다시 중심을 잡아 주는 역할을 한다”라고 말했다.
음악이 주는 섬세한 감수성은 결혼정보업체 듀오가 내걸고 있는 감성 마케팅을 펼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피아노 연주를 통해 맛봤던 성취의 기쁨이 기업을 이끄는 데 필요한 것도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런 그의 바람은 결혼에 대한 환상을 잃어가는 젊은 세대에게 다시 꿈을 불어넣는 것이다. 이들의 잠재된 꿈을 감성적으로 다가가 일깨워 주고 싶은 것이 그의 작은 소망이다. 더 큰 목표도 있다. 김 대표는 “듀오를 만남은 물론이고 결혼 준비와 출산, 육아, 교육까지 삶의 각 부분에서 만족을 줄 수 있는 종합라이프컨설팅 기업으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며 “중국시장에도 진출하며 사업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김혜정 대표는
△1964년 대구 출생 △1982년 대구 경명여고 졸업 △1986년 서울대 독문과 졸업 △1986~1989년 대우자동차 근무 △1990∼1994년 ㈜대우 미국현지법인 세무 담당 △1996년 미국 럿거스 뉴저지 주립대 경영학석사(MBA) △1997년 미국공인회계사(AICPA) 자격 취득 △1997년 미국 회계법인 ‘홍, 신&정’ 근무 △2001년∼현재 듀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