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마비로 단원 절반만 참석 “오지 못한 친구 몫까지 불렀죠”
난치병 어린이로 구성 ‘메이크어위시 합창단’ 첫 공연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연세대세브란스병원에서 27일 난치병 어린이들로 구성된 메이크어위시 합창단의 공연이 열렸다. 병원 방문객들이 파란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단원들의 공연을 지켜보고 있다. 메이크어위시재단 제공
27일 서울 지역에 시간당 최고 110.5mm의 폭우가 내린 가운데 서울 신촌동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는 메이크어위시 합창단의 아름다운 화음이 울렸다. 난치병 어린이들로 구성된 메이크어위시 합창단은 음악을 통해 자신들은 물론이고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3월 창립됐다. 이들은 4개월의 연습을 거쳐 이날 첫 공연을 가졌다.
이날 공연에서 아이들은 자작곡 ‘메이크 어 위시(Make a Wish)’와 우리 귀에 익숙한 ‘넌 할 수 있어요라고 말해주세요’,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 등을 관객에게 선사했다.
선천성 재생불량성빈혈을 앓는 박윤서 양(8)은 경기 양주에서 출발해 병원까지 오는 데 3시간이 넘게 걸렸다. 박 양은 도로가 물에 잠겼다는 소식에 지하철을 탔지만 지하철마저 잦은 신호대기로 늦어져 공연 직전에야 간신히 도착할 수 있었다. 골형성부전증을 앓는 윤한별 양(9)은 아버지 차로 서울 성동구 성수동을 출발했지만 강변북로 한가운데서 막혀 오도 가도 못하는 처지에 빠졌다. 윤 양은 어머니와 함께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인근 지하철역까지 걸어가 지하철을 이용해 병원에 도착했다.
병원에 입원 중인 합창단원 진연호 군(10)은 공연 직전까지 친구들이 한 명이라도 더 오길 바라며 마음 졸였다. 진 군은 “25명 단원 모두 모여야 완벽한 공연을 할 수 있는데 아쉽다”며 “오지 못한 친구 몫까지 다른 아픈 친구들을 위해 노래했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에는 메이크어위시 후원회장인 배우 강석우 씨와 홍보대사 배우 이민정 씨가 찾아와 합창단 아이들을 격려하고 병원 소아암 환자들에게 선물을 나눠 주기도 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