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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5개 발전 자회사 모두 복수노조 구성

입력 | 2011-07-28 03:00:00

“정치성 배제” 전면 내세워




과거 대표적인 강성노조로 분류됐던 민주노총 산하 한국발전산업노동조합의 5개 발전(發電)회사가 모두 복수노조를 갖게 됐다. 새로 생겨난 각 회사의 노조는 정치성을 배제하고 조합원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국중부발전은 “직원 16명으로 구성된 한국중부발전노동조합(가칭)이 25일 고용노동부 서울강남지청에 노조 설립신고서를 제출했다”고 27일 밝혔다. 이에 앞서 한국남동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서부발전은 7월 1일, 한국동서발전은 지난해 12월 개별노조 설립을 각각 신고했다.

한국중부발전노조는 출범 선언문에서 “발전노조는 소수 활동가의 기득권 쟁탈을 위한 ‘보여주기’식 투쟁으로 조합원으로부터 외면당하는 처지에 이르렀다”며 “발전노조를 탈퇴해 고용안정, 임금인상, 복지증진, 처우개선, 근무환경 개선에 최선을 다하는 실리주의 노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2001년 한국전력공사에서 분사한 5개 발전회사는 그동안 민주노총 산하 한국발전산업노조와 하나의 단체협약을 맺는 5사(社) 1노(勞) 체제로 운영됐지만 이번에 모두 기업별 노조를 설립해 이런 교섭구도가 사실상 붕괴됐다.

발전노조는 2002년 2∼3월 발전소의 민영화 및 매각에 반대하면서 38일 동안 파업해 상당수의 발전소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전력수급에 차질을 빚게 하는 등 적잖은 혼란을 초래했다. 또 2006년 9월에는 발전회사의 통합을 요구하며 전면파업을 선언하는 등 강경노선을 걸었다. 한국중부발전 관계자는 “발전회사 통합 요구는 노조에서 요구할 만한 일이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새 노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달 1일자로 복수노조 설립이 가능해지자 이들 발전회사처럼 근로조건과 복지를 중시하는 노조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자동차 엔진에 들어가는 ‘피스톤링’의 80%를 만드는 유성기업도 21일 복수노조를 설립했다. 새로 설립된 노조는 민주노총에서 탈퇴해 정치투쟁보다는 회사와의 상생(相生)을 추구하면서 근로조건 향상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반도체 제조업체인 KEC도 조합원 13명의 신생 노조가 탄생했다. KEC는 노사갈등이 장기화하면서 지난해 6월 직장폐쇄에 들어가 1년여 만인 지난달에야 정상화됐다. 상급 노동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KEC의 신생 노조는 “기존 노조가 민주노총 금속노조에 가입한 지난 10여 년은 정치적 투쟁으로 점철된 기간이었다”며 “새 노조는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노조 활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