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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집중호우 대책 부실했다

입력 | 2011-07-28 03:00:00


어제 새벽 강원 춘천시 소양강댐 인근에서 발생한 산사태로 봉사활동을 나온 대학생 등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춘천에는 26일부터 27일 오전까지 250mm가 넘는 폭우가 내렸다. 사고 직전인 26일 오후 11시부터 27일 0시 사이엔 시간당 최고 46.5mm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장마 이후 계속된 비로 물을 잔뜩 머금은 토사가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대학생들이 머무르던 펜션으로 쏟아지면서 빚어진 참극이다.

서울에서도 우면산 산사태가 전원 마을과 아파트를 덮쳐 16명이 사망했다. 지하철역 침수로 열차 운행이 중단됐고, 동부간선도로 올림픽대로 강변북로 등 시내 주요 도로들이 통제됐다. 정전과 통신두절 사고도 잇달았다. 지난해 9월 폭우로 침수됐던 서울 한복판의 세종로사거리는 이번에도 맥없이 물에 잠겼다.

수해의 안전 기준을 높이는 일이 시급하다. 예상치를 뛰어넘는 폭우가 언제 쏟아질지 모르기 때문에 상습침수지역의 하수도 배수시설 지하저류조 제방 등을 확충해야 한다. 수해방지 시설이 과거 기준으로 설계돼 요즘과 같은 게릴라성 집중호우에 취약하다. 일기예보의 정확성을 높이고 수해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춘천 산사태의 경우 기상청의 강수량 예측이 틀렸을 뿐 아니라 사고 1시간 전 인근 배수로가 막혀 주택이 침수됐는데도 주민들을 대피시키지 않았다. 25일 밤 청계천에서는 국지성 호우 예보에 따라 대피방송을 반복했으나 상당수 시민이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26일부터 27일 오전 11시까지 서울의 누적 강수량은 410.5mm로 올해 장마 강수량의 절반에 해당한다. 지구온난화로 우리나라 날씨가 아열대 기후로 변해가는 뚜렷한 징후다. 6∼9월 넉 달 동안 열대지방의 우기(雨期)와 같은 날씨가 이어져 ‘30년 만의 폭우’를 매년 겪게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근 10여 년간 우리나라엔 장마철에 내린 비보다 장마철 이후에 내린 비의 양이 더 많았다. 지난해에도 추석 연휴에 폭우가 쏟아져 교통대란이 빚어졌다. 장마 이후의 게릴라성 집중호우는 올해에도 충분히 예견됐지만 무방비 상태로 여름을 맞았다가 피해를 키웠다.

수재(水災)는 인재(人災)와 결합해 인명과 재산 손실을 증폭시킨다. 수해 위험에서 안전한 곳은 없다. 정부와 지자체는 잦아지는 ‘물폭탄’ 피해를 줄이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