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식 신동아팀 차장
정권 잘못도 있고 검찰 잘못도 있다. 초기 주요 보직 인사에서 특정 지역의 색채를 조금만 옅게 했더라도, 그래서 몇몇 유능한 검사마저 지역편중 인사의 수혜자로 매도당하는 일이 없었더라면 그렇게까지 갈등의 골이 파이진 않았을 것이다. 대통령이 과거에 저지른 숱한 위법행위가 국민의 선택으로 덮였다고 해서 준사법기관의 수장에 대한 도덕성 검증을 허투루 해 ‘청문회 낙마’라는 치욕을 겪을 이유는 없었다. 분위기를 쇄신한다며 수십 명의 고위 간부를 마구잡이로 몰아내지만 않았더라도, 막 옷 벗고 나간 사람이 총장으로 돌아와 출입기자들에게 돈봉투를 돌리는 해괴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유례를 찾기 힘든 대폭 물갈이 인사의 결과는 간부들의 줄서기였다.
검찰 본연의 기능은 경찰에 대한 수사 지휘다. 하지만 검찰권이 기형적으로 큰 우리나라에서는 검찰의 자체 수사가 더 중요한 기능인 것처럼 인식돼 있다. 이 정부 검찰의 수사 성적표는 어떤가. 대통령 측근과 정권 실세들, 재벌의 비리를 사정없이 수사했던 전(前) 정부의 검찰과 비교하는 건 식상하기까지 하다.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문제는 표현의 자유다. 6월 프랑크 라뤼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한국에서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고 보고했다.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이 정부 출범 후 표현의 자유 논란이 부쩍 불거진 게 사실이다. 그 논란의 한복판에 검찰이 있다.
검사 출신 김용원 변호사는 ‘천당에 간 판검사가 있을까’라는 책에서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에 빗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세력을 비판했다. 동물농장의 권력자는 돼지들과 그 하수인인 개들이다. 돼지들을 비판하는 동물이 나타나면 어김없이 개들이 물어뜯는다. 과장된 비유라고 생각되지만, 표현의 자유를 오그라뜨리는 수사는 아무리 신중해도 지나치지 않다. 사상과 학문, 예술과 언론의 시장에 맡길 일까지 검찰이 떠안을 필요는 없다. 검찰만능주의는 민주국가에 어울리지 않는다. 새 총장은 검찰의 기를 살리되 힘을 빼야 한다.
조성식 신동아팀 차장 mairso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