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동승 않겠다’ 결심 뚜렷이종걸 “정체성 문제” 孫압박
○ 한나라당, 당 차원 공식 대응 없어
한나라당은 당 차원의 공식 대응은 일절 하지 않고 있다. 여당이 노사갈등으로 인한 분규에 끼어드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김기현 대변인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당은 그동안 사측에 ‘문제 해결에 성의를 보이라’고 요구했고, 민주당에도 ‘정치문제로 악용되는 데 반대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김무성 의원은 이날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에서 “(크레인 고공 시위를 벌이고 있는) 김진숙(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을 30일 전에 반드시 끌어내려야 한다”며 경찰에 신속 진압을 촉구했다. 부산 남을이 지역구인 김 의원은 “한진중공업과 사실상 아무런 관련도 없는 사람이 크레인에서 6개월이 넘도록 농성을 벌이면서 정상 조업을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민주당은 노선 갈등 양상
민주당은 연일 정부에 ‘사태 해결’을 압박하고 있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진중공업 사태가 진전 없이 사태만 악화돼가고 있다”며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적극적인 개입을 촉구했다. 그는 이채필 고용노동부(25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26일)을 잇따라 국회로 불러 정부의 개입을 촉구했다.
손 대표는 희망버스에 함께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손 대표 측근들은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했다. 실제로 당내에선 희망버스가 민주당에 우호적으로 형성된 부산 민심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내년 총선에서 부산 출마를 고려 중인 한 인사는 “30일이면 해운대와 광안리에 피서객이 몰려오는 시점인데 외부에서 시위하러 몰려오는 것이 반갑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동영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하는 강경파들은 이날도 손 대표에게 희망버스 동승을 요구했다. 희망버스를 선명성 경쟁의 고리로 삼고 있는 것이다. 정 최고위원과 가까운 이종걸 의원은 손 대표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희망버스에 함께하는 것은 민주당의 정체성과도 연결되는 문제”라며 “민생 현장인 희망버스에 동승해 지지부진한 야권연대의 불씨를 되살리고 내년 총선과 대선 승리의 발판을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