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디 높은 100m 벽 “턴-잠영 보완해 400-200m 런던올림픽 金도전”
‘마린보이’ 박태환(22·단국대)에게 남자 자유형 100m 세계의 벽은 높기만 했다.
박태환은 27일 중국 상하이 오리엔탈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남자 자유형 100m 준결선에서 48초86을 기록해 1조 6위, 2조를 포함해 16명 중 14위에 머물러 8명이 겨루는 결선 진출이 좌절됐다. 박태환은 예선 기록(48초91)보다는 0.05초 빨랐지만 지난해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세웠던 개인 최고기록(48초70)은 넘지 못했다. 이로써 남자 자유형 100m에서 아시아 선수 첫 결선 진출 기회도 아쉽게 놓쳤다.
키 183cm, 몸무게 76.5kg의 박태환은 키가 190∼198cm에 이르는 서양의 근육질 선수들에 비해 ‘소인’이었다. 이날 준결선에서 47초90으로 전체 1위를 차지한 제임스 마구누센(호주)은 195cm에 88kg, 48초05로 2위를 한 네이선 에이드리언(미국)은 무려 198cm에 100kg. 결선 진출 9명의 평균이 약 195cm에 85kg이다.
아시아 선수들이 자유형 100m에서 서양 선수들을 넘기 힘든 이유가 바로 체격 때문이다. 서양 선수들은 큰 키에 파워를 앞세워 물살을 빠르게 가른다. 육상 남자 100m의 ‘번개’ 우사인 볼트(자메이카)가 195cm의 큰 키에도 피치(걸음)를 빨리 해 지구상 가장 빠른 사나이가 됐듯 수영 단거리에서도 체격이 중요한 변수다. 송홍선 체육과학연구원 박사는 “수영 단거리에서는 부력과 물을 밀어내는 힘에서 키가 미치는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100m 결선 진출에 실패했지만 얻은 것도 많다. 2009년 로마 대회 전 종목 결선 진출 좌절을 딛고 자유형 400m에서 3분42초04로 월드 챔피언에 복귀해 자신감을 회복했다. 또 1분44초92로 아쉽게 4위에 머물렀지만 200m에서도 경쟁력이 있음을 보여줬다. 1500m를 과감히 포기하고 400m와 200m, 그리고 100m에 집중하면서 스피드가 크게 향상됐다. 이번 대회 400m와 200m에서 보여준 가공할 스퍼트는 1년 뒤 런던 올림픽에서 박태환을 2연패로 이끌 주무기가 됐다.
박태환은 “이번 대회에서 세계적인 선수들을 상대로 많은 것을 배웠다. 스타트와 턴, 잠영 등을 더 발전시키지 않으면 내년 올림픽 금메달이 힘들다는 것을 알았다. 열심히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개인 일정을 마친 박태환은 내달 1일 귀국해 한 달간의 휴가를 보낸 뒤 9월부터 런던 올림픽을 목표로 다시 몸만들기에 들어간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