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단 “지목한 비탈 이미 조사”
미군기지 캠프 캐럴의 고엽제 매립 의혹 지점이 지금까지 한미공동조사단이 조사하고 있는 지역 밖에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전 주한미군 스티브 하우스 씨(54)는 27일 경북 칠곡군 왜관읍 캐럴 기지 현장을 방문한 후 주민설명회 자리에서 “고엽제를 매립한 곳은 헬기장과 칠곡교육문화회관 사이 비탈진 지역”이라고 밝혔다.
이곳은 공동조사단이 토양 시료를 채취한 헬기장 남쪽 방향으로 아스팔트 도로 사이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하우스 씨는 1978년 10월 마지막 작업을 끝내고 찍은 현장 사진을 보여주며 “내가 지목한 지역이 고엽제 매립 작업을 한 곳이 분명히 맞다”며 “캐럴 기지에 처음 들어갔을 때 많은 변화에 당황스러웠지만 사진 풍경을 현장과 대조해 본 뒤 능선을 찾았다”고 말했다.
하우스 씨는 매립 지역 규모와 당시 작업 상황에 대해 “깊이는 20∼30m, 폭은 5m, 전체 축구장 크기 정도로 경사는 지금보다 훨씬 완만했다”며 “작업은 포클레인으로 땅을 파고 에이전트 오렌지(고엽제)라고 표시된 드럼통을 차곡차곡 쌓는 것이 아니라 굴려서 묻었다”고 밝혔다. 이때 드럼통이 서로 부딪히고 깨지면서 액체가 밖으로 마구 흘러나왔었다고 하우스 씨는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그는 “부사관과 같이 일을 했는데 그가 모든 작업 상황을 기록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우스 씨는 “최초 증언 이후 찾아온 미군 조사관에게도 헬기장, D구역은 근무할 당시 냄새가 나고 동물이 죽는 등 환경오염 우려가 큰 지역, 오늘 내가 지목한 곳은 매립 장소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반면 한미공동조사단은 “하우스 씨가 지목한 곳은 이미 공동조사단의 조사영역에 들어가는 장소”라며 “이곳에서는 아직까지 고엽제 드럼통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동조사단의 한국 측 대표인 옥곤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하우스 씨가 지목한 곳은 헬기장 인근 지역이라 이미 1차적으로 레이더와 마그네틱 조사 등 지구물리탐사를 한 곳”이라며 “경사면의 일부만 빼고는 지구물리탐사를 마쳤으며 현재 토양시추 조사를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공동조사단은 헬기장 일대에 대한 토양시추를 18일 마친 뒤 현재 데이터를 분석 중이다.
칠곡=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