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서 61% 한달만에 뚝딱… “보여드리기가 창피합니다”
동아일보가 9개 정당 정책연구소에 지난해 자체적으로 작성한 보고서 중 가장 자신 있는 보고서 5개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하자 한 연구소는 이같이 털어놓으며 손을 내저었다. 다른 연구소들도 2, 3개의 보고서만 제시했다. 겉으로는 “비공개 사항이 많다”고 밝혔지만 한 관계자는 “상당수 연구가 언론 보도나 다른 논문 짜깁기 수준이라 공개할 만한 것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 비전 연구는커녕 현안 막기에 급급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009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정당 연구소의 전체 보고서 중 연구기간이 1개월 미만인 경우가 전체의 61%로 가장 많았다. 1년 이상 걸린 연구는 전체 304건 중 1건뿐이었다.
한 연구소 관계자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현안에 대한 보고서를 계속 내라고 하니 내부 연구원들은 장기적인 과제를 연구할 틈이 없다. 돈이 부족하다 보니 외부에 용역을 줄 수도 없다”고 말했다.
연구소들이 작성한 보고서는 10∼20쪽 안팎으로 현안을 요약한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2쪽짜리 보고서도 여러 개 있었다. 연구소에서 발행해 대중에 판매한 간행물은 진보신당 상상연구소가 펴낸 ‘리얼진보’가 유일했다.
○ 중앙당의 거수기로 전락
이에 따라 선관위는 올해 “경상보조금 30%를 중앙당이 아닌 연구소에 직접 보조해야 한다”는 정치자금법 개정 의견을 내놓았다. △현역 국회의원의 연구소 책임자 취임 금지 △중앙당 인사 파견을 제한하는 중앙당 인력 쿼터제 도입 등의 대안도 제시했다.
동아일보는 9개 연구소에 발전을 위한 대안을 제시해줄 것을 요청했다. 여의도연구소는 “연구소가 후원회를 두고 기부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되 선관위의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른 연구소들은 주로 “국고배분 공식을 바꿔 소수 정당을 배려해 달라”고 요구했다. 선관위는 “각 연구소의 실적을 평가해 그 평가결과를 근거로 다음 해 국고보조금 지급에 참조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김대원 인턴기자 중앙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 청년층 잡기… 통일외교… 연구소 ‘선택과 집중’ ▼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는 취약계층인 20, 30대 청년들의 교육과 연수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연구소가 2006년부터 운영하는 청년미래포럼의 경우 지난해 정책개발비 중 1억3150만 원을 사용했다. 청년미래포럼은 강연, 타운미팅, 캠프, 아이디어 공모전 등의 활동을 벌였다. 여당 연구소인 만큼 연구과제는 세종시 수정안, 4대강 사업, 무상급식 논란, 전시작전권 전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정부 주도 정책에 대한 내용이 많았다.
민주노동당 새세상연구소는 남북, 한미 관계 등 통일외교통상 분야(18건)에 집중했다. 매달 새세상연구소 웹진과 진보국제리뷰, 여성웹진을 작성해 e메일로 배포하는 등 온라인 소통에 집중하고 있었다. 충청권에 기반을 둔 자유선진당 자유정책연구원과 국민중심당 국민중심정책연구원은 지역균형발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