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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 물폭탄/서울 우면산 산사태]평온하던 전원마을, 토사 덮쳐 아비규환 쑥대밭

입력 | 2011-07-28 03:00:00

남태령 전원주택 20채 매몰돼 수색작업
주민 “등산로 만드느라 계곡 파헤친 탓”




아파트 습격한 토사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우면동 우면산에 산사태가 난 직후 토사물이 방배동 래미안아트힐 아파트를 덮친모습.이날 아파트 저층부는 베란다 유리창이 전부 파손되는 등 피해가 컸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서울 한복판의 전원주택가’로 각광받으며 고급주택이 즐비하게 들어섰던 서울 서초구 우면산 일대는 이번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해 주민 16명이 사망하고 400여 명이 대피하는 등 큰 피해를 봤다.

이날 산사태로 서울 서초구 우면동 형촌마을 70여 가구 주민은 오전 내내 고립됐다 오후 1시경 인근 아파트 공사장 현장사무소로 임시 대피했다. 우면산 저수지에서 넘친 물이 토사와 함께 마을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며 폭포처럼 쏟아지는 바람에 구조작업이 늦어졌다. 전자레인지, 의자 등 집기는 물론이고 주차해뒀던 차가 물살에 쓸려 내려가 집 담장을 부수고 마당을 덮치기도 했다. 주민 강태숙 씨(67)는 “이 동네에서 50년간 살았지만 이런 산사태는 처음이다. 산이 있어 공기도 맑고 살기 좋은 동네였는데 한순간에 집이 쑥대밭이 됐다”며 안타까워했다.

역시 고급주택이 들어선 서초구 방배동 남태령 전원마을은 사망자 6명을 내고 집 20여 채가 토사에 매몰됐다. 현재도 실종자를 찾기 위한 수색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산사태는 우면산 자락 오른편에 위치한 비닐하우스집 10여 채를 쓸고 내려간 뒤 전원마을을 덮쳤다. 지하에 있다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거나 떠내려 오는 차 사이에 끼여 사망하기도 했다. 주민 우모 씨(40)는 “처음 물이 들어올 때는 정신없이 집 안 물건을 치우다 밖으로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문을 열었는데 그 순간 가슴까지 물이 들어찼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물살에 휩쓸렸는데 아버지밖에 구하지 못했다”며 발을 굴렀다.

서초동 국립국악원에서 방배동 교육과학기술연수원까지의 약 1km 구간 남부순환도로도 산사태로 쏟아져 내려온 토사와 나무가 가득했다. 도로변의 아파트도 토사가 덮쳐 토사가 유리를 깨며 집 안으로 밀려들어오기도 했다. 이 지역에서도 사망자 8명이 발생했다.

형촌마을 주민들은 “이번 산사태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 인재였다. 우면산 생태공원을 조성하고 남은 건축자재가 저수지 배수로를 막아 피해를 키웠다”며 구청 관계자에게 항의하기도 했다. 주민 송모 씨(46)는 “작년 추석에도 침수피해가 있어 제방을 만들었지만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피해가 더 커졌다. 전원마을의 한 주민은 “우면산에서 5월부터 등산로 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계곡마다 파헤치고 나무를 뽑는 바람에 이런 피해가 난 것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서초구 관계자는 “지난해 9월 태풍 ‘곤파스’가 우면산을 강타하면서 나무가 뿌리째 뽑힌 사례가 많았다. 이때 불안정해진 지반이 안정화되지 못한 상태에서 집중호우를 만나 여기저기 산사태를 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우면산 인근 EBS방송센터에도 토사가 유입돼 TV와 라디오 방송이 중단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오후 1시 52분에는 비상전원까지 끊겨 TV 방송이 13분간 중단되기도 했으나 오후 8시 20분경 모든 방송이 정상화됐다. 서초동 예술의전당은 공연장과 전시장은 피해를 보지 않았으나 안전을 고려해 전당 내 모든 카페와 아카데미, 전시장이 임시로 문을 닫은 상태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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