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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빅5’ 대형IB 자본금 확보 돌입

입력 | 2011-07-28 09:51:01

"증권사 M&A나서라" 금융당국 요구엔 `냉담'




미국 골드만삭스와 같은 대형 투자은행(IB)이 탄생할 법적 근거가 발표된지 이틀이 지난 28일 증권사들은 업계의 `빅뱅'에 대비해 벌써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업계 상위 5위권 증권사들은 대형 IB의 자기자본 요건인 3조원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 중대형 증권사들은 몸집 불리기는 당분간 자제하되 법률 개정으로 바뀌게 될 자본시장에서 최대한 경쟁력을 키운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금융당국은 세계 자본시장에서 외국계 초우량 IB들과 격돌하려면 대형화가 필요한 만큼 증권사 간 합병을 적극적으로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대형 증권사들은 자본금을 늘려 IB 요건을 맞춘다는 계획이지만, 합병에는 특별한 관심이 없어 금융당국의 증권사 간 `짝짓기' 노력이 단기간에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빅5' 증권사 자본확충 착수…내부유보금 활용할 듯=IB 요건인 자기자본 3조원을 넘는 국내 증권사는 없다. 상위 5개 증권사는 정부 가이드라인에 비교적 가깝다. '국내 1호' IB가 될 가능성이 큰 후보들이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3월 말 기준 자기자본은 대우증권이 2조8632억원으로 가장 크다. 이어 삼성증권(2조7986억원)과 현대증권(2조6893억원), 우리투자증권(2조6286억원), 한국투자증권(2조4204억원) 순이다.

이들 증권사는 벌써 자본확충 작업에 들어갔다. 유상증자나 영업이익을 내부유보금으로 돌려 자본을 늘리는 방안 등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주가 희석 우려가 있는 유상증자는 일단 뒷 순위에 놓고 내부유보금 활용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내부유보금을 활용하려면 금융당국이 자본요건 충족 기간을 2011회계연도 결산 이후로 미뤄줘야 한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산은금융지주에서 결정할 문제이지만 내년 3월 결산 이후로 이익을 유보하면 자연스럽게 자기자본 요건을 충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관계자도 "자기자본 요건에 약 2000억원 모자란다. 이 정도는 내부에서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굳이 증자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현대증권도 내부유보금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유상증자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나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다만, 정부가 유예기간을 내년 6월로 연장해 준다면 증자보다는 내부유보금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내부적으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음에도 반응은 다소 신중했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여러 각도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고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도 "구체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 한국금융지주에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빅5'와 달리 신한금융투자(자본금 1조9288억원), 미래에셋증권(1조8893억원), 대신증권(1조7081억원), 하나대투증권(1조5107억원), 동양종금증권(1조3788억원) 등은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모두 1조원 이상의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문제가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모회사인 신한금융지주를 설득해 자본을 대폭 늘리고 대형 IB 대열에 끼겠다는 뜻을 강하게 내비쳤던 신한금융투자마저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회사 관계자는 "늘려야 하는 자본의 규모가 너무 크다. 지주사에서 결정하겠지만, 자본확충 대비 수익성이 있을지 다시 한번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IB의 핵심업무 중 하나인 프라임브로커리지를 적극적으로 준비해 온 미래에셋증권은 난감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회사 관계자는 "상장사로서 1조원 이상 증자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IB시장 초기에 합류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새로운 자본시장 업무에 집중하면서 자본금을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고 말했다.

대신증권과 하나대투증권, 동양종금증권 등도 자본금 요건을 맞추기 어렵다며 시간을 두고 IB시장 진입을 차차 검토해 나가겠다는 견해를 보였다.

◇금융당국 M&A 주문에 업계는 미온적 태도=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27일 국회에서 열린 저축은행 국정조사특위 비공개 간담회에 앞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프라임브로커 업무를 역량 있게 하려면 자기자본 규모가 커야 한다. 선두 증권사 간 합병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위가 국내외 경쟁의 제도적인 틀을 만들었으니, (이제는) 대형 증권사간 M&A가 일어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자본시장법 대수술을 통해 국내 증권사가 글로벌 IB들과 맞설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준 만큼 이제는 증권업계에서 자발적으로 합종연횡에 나서 몸집을 키우라는 주문을 한 것이다.

이런 요구에 증권업계의 태도는 매우 미온적이다. 금융당국의 뜻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M&A는 현실적인 방안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상위 10개 증권사 가운데 자발적으로 M&A에 나설 수 있는 곳은 전혀 없다는 반응도 나왔다. 대우ㆍ우리ㆍ한국ㆍ신한ㆍ하나대투증권은 모두 지주회사의 계열사여서 자발적으로 합병에 나설 처지가 못된다.

우리투자증권은 우리금융지주 일괄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합병 대상에 오르지 못한다.

현대증권도 그동안 업계에서 M&A 대상으로 자주 거론됐으나 대주주인 현대그룹의 애착이 워낙 강해 성사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편이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M&A를 고려하거나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미래에셋ㆍ대신ㆍ동양종금증권 등은 오너십이 강해 M&A를 쉽게 결정할 수 있는 회사가 아니다. 증권사의 한 임원은 "대형 IB 출현을 위한 방안 가운데 증권사간 합병은 지금으로서는 현실성이 가장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금융당국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대형 IB로서 제대로 일을 하려면 사람과 돈이 많이 필요하다. 따라서 증권사 간 적극적인 합병을 통해 대형화하는 것이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길이다"며 M&A를 적극적으로 유도할 계획임을 강조했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