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출신 외국인 투수 퀵 모션 약점 왜?니퍼트 등 잦은 도루 허용…위기 자초류중일 감독 “美선 도루 공격비중 낮아”
니퍼트. 스포츠동아DB
한국 프로야구에서 뛰는 대부분의 외국인투수는 메이저리그 경험을 갖고 있다. 빅리그 마운드를 밟았다는 것은 일정 수준 이상의 기량을 갖췄다는 뜻이다.
그러나 대부분 외국인 투수는 퀵모션에서 큰 약점을 보이고 있다. 과거엔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기에 앞서 구속과 제구력, 변화구 능력을 중점적으로 살폈다면 이젠 퀵모션에 대한 검증이 필수가 됐다. 그렇다면 왜 빅리그 출신 투수들이 퀵모션에 큰 약점을 갖고 있을까.
주루코치로 오랜 기간 활동한 삼성 류중일 감독은 상대의 숨겨진 약점을 철저히 파헤치며 발전해온 한국 프로야구의 힘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류 감독은 28일 광주에서 “어느 때부터인가 메이저리그까지 올라갔던 선수들이 왜 퀵모션에 약점을 갖고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메이저리그 경기를 자주 보며 여러 가지 시각에서 그 부분을 분석했다”며 “내가 내린 결론은 메이저리그는 공격루트에서 도루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는 것이다. 한국은 필요하다면 주자가 이대호라도 작전을 걸어 도루에 성공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미국은 부상방지 등 여러 가지 이유에서 도루 비중이 낮은 것 같다. 특정 선수만 도루를 시도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투수들은 주자가 있을 때 도루를 의식해 퀵모션을 최대한 짧게 하지만 미국은 타자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높다는 것이다. 당연히 셋포지션에서 퀵모션을 더 짧게 하는 경험과 훈련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까지 텍사스 소속으로 빅리그에서 뛰었던 니퍼트는 시범경기에서 도루 4개를 허용하며 “퀵모션에 신경 쓸 수밖에 없겠다”고 말했다.
○도루 뿐 아니라 투구폼 엉망으로 만드는 효과
지난해 KIA에서 뛰었던 라이트는 LG와 첫 경기에서 5이닝 동안 도루 5개를 허용한 뒤 퀵모션에 신경 쓰다 투구폼이 무너졌다. 국내에서 실패한 많은 외국인 투수들도 이같은 모습을 자주 보였다.
상대 팀이 은밀히 노리는 것은 투수가 주자를 의식해 셋포지션에서 공을 던질 때 제구가 흔들리고 투구폼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오릭스 박찬호도 시범경기 때 보크를 지적받은 후 셋포지션에서 리듬을 잃어버려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한국투수들도 종종 이같은 위험에 빠진다. 26일 광주 삼성전에서 연속 4안타를 허용하며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한기주에 대해 류 감독은 “빠른 주자(강명구)를 의식하다 셋포지션에서 제구가 가운데로 몰려 안타를 맞았다”고 분석했다.
광주|이경호 기자 (트위터 @rushlkh) ru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