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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인 가구수가 4인 가구수 추월하자 대형마트 상품도 변했다

입력 | 2011-07-29 03:00:00

“난 싱글족, 수박 1/8조각이면 OK”




두 사람이 전부인 가족이 늘고 있다. 지금까지 흔히 쓰던 ‘4인 가족 기준’이라는 말도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가 됐다. 이 같은 변화에 걸맞게 의식주 소비 패턴도 바뀌고 있다. 대형 마트에서는 한두 사람이 먹기에 딱 좋은 조각 과일과 가정간편식, ‘개전제품’이 이미 매대를 가득 채우고 있다. 이마트 제공

최근 문을 연 서울 송파구 문정동 이마트 가든파이브점 입구에는 495m² 규모의 애견전문매장 ‘몰리스펫숍’이 자리 잡고 있다. 애견용품뿐 아니라 동물병원, 유치원, 카페, 미용실, 호텔까지 애견과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한자리에서 받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여름휴가철을 맞아 이곳 애견호텔은 평균 12∼15실의 객실이 찰 정도로 인기다. 다른 대형 마트들은 보통 애견매장을 외부업체에 임대해 운영하지만 이 매장은 이마트가 직접 운영한다. 이마트 관계자는 “1, 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가족처럼 애견을 키우는 가구가 늘어 사람과 애견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매장을 꾸리기 위해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인 가구(24.3%)가 4인 가구(22.5%)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한국의 전통적인 3대 대가족은 1970년대 산업화 이후 ‘우리’로 뭉친 핵가족을 거쳐 ‘나와 너’만 있는 2인 가구로 수렴되고 있는 것.

당장 ‘4인 가족 기준’이라는 수식어부터 현실과 동떨어진 틀이 됐다. 가족 구성 인원은 줄고 형태는 다양해졌다. 사회의 기본 단위인 가족의 변화는 일상을 바꿔놓았다. 의식주 중심의 소비 패턴은 2인 가구라는 기반에 가장 빠르게 발맞추고 있다.

대형 마트에서는 양파 반 쪽, 무 4분의 1조각, 생선 2조각 등 혼자 먹기 딱 알맞은 분량으로 포장한 식품이 넘쳐난다. 30알 한 판이 주종을 이루던 계란도 2∼4알 묶음까지 나왔다. 홈플러스는 아예 수박을 kg 단위로 쪼개 판다. 2분의 1, 4분의 1에 이어 8분의 1조각 수박도 등장했다. 또 평균 250∼600g으로 포장되던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팩 상품을 기존 용량의 30∼50% 수준으로 줄여 선보이고 있다. ‘소형 중심’ ‘실속 선호’는 ‘틈새’가 아닌 ‘대세’인 셈이다.

술의 양도 2분의 1이 아닌 3분의 1로 줄였다. 이마트에서는 700mL 용량으로 판매되던 문배술 등 전통 명인주 용량은 375mL로 줄이고 나홀로족(族)이 도수가 낮은 술을 선호한다는 점도 감안해 문배술 도수를 기존 40도에서 절반 수준인 23도로 낮췄다.

‘혼자는 외롭고 많으면 귀찮다’는 생각은 자녀 없이 살자는 ‘딩크(Double Income No Kids)족’에서 애완동물에게 온갖 정을 다주는 ‘딩크펫 가족’으로 발전했다. 이마트의 애견 전문매장 ‘몰리스펫숍’은 애견을 분양해 시장을 만들어 내는 기존의 ‘애견 소유주(pet owner)’ 시장에서 벗어나 애견을 가족의 일부로 여기는 ‘애견 부모(pet parents)’ 시장을 겨냥한다.

급성장한 ‘개전(個電)제품’(가족이 아닌 1, 2인 개인이 사용하는 가전)은 가전제품의 아성을 무너뜨릴 기세다. 미니 선풍기, 1인용 냉장고, 3∼4kg 용량의 세탁기 등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개전제품군은 공유보다 독립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롯데마트에서 19.8m²(6평)용 벽걸이 에어컨은 올 상반기(1∼6월)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9.8%나 늘었다. 반면 49.5m²(15평)형 스탠드 에어컨은 판매가 15.6% 줄었다.

부모와 아이들로 구성된 4인 가구의 구성보다 2인 가구의 형태는 훨씬 다양하다. 아이 없는 맞벌이 부부, 한부모 가정, 미혼모 가정, 조부모와 손자녀가 함께 사는 조손가정도 있다. 다양해진 가족의 형태만큼 대형 마트도 가정에서 손쉽게 먹을 수 있는 가정간편식을 늘리고 있다.

이마트는 김밥, 샌드위치, 잡채 등에 국한됐던 가정간편식을 한식 중식 양식뿐 아니라 환자식, 저칼로리식, 채식 요리 등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김진호 이마트 프로모션팀장은 “1, 2인 가족을 겨냥한 제품을 지난해 100여 종 선보인 데 이어 올해는 190여 종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