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싱글족, 수박 1/8조각이면 OK”
두 사람이 전부인 가족이 늘고 있다. 지금까지 흔히 쓰던 ‘4인 가족 기준’이라는 말도 현실과 동떨어진 얘기가 됐다. 이 같은 변화에 걸맞게 의식주 소비 패턴도 바뀌고 있다. 대형 마트에서는 한두 사람이 먹기에 딱 좋은 조각 과일과 가정간편식, ‘개전제품’이 이미 매대를 가득 채우고 있다. 이마트 제공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인 가구(24.3%)가 4인 가구(22.5%)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한국의 전통적인 3대 대가족은 1970년대 산업화 이후 ‘우리’로 뭉친 핵가족을 거쳐 ‘나와 너’만 있는 2인 가구로 수렴되고 있는 것.
당장 ‘4인 가족 기준’이라는 수식어부터 현실과 동떨어진 틀이 됐다. 가족 구성 인원은 줄고 형태는 다양해졌다. 사회의 기본 단위인 가족의 변화는 일상을 바꿔놓았다. 의식주 중심의 소비 패턴은 2인 가구라는 기반에 가장 빠르게 발맞추고 있다.
‘혼자는 외롭고 많으면 귀찮다’는 생각은 자녀 없이 살자는 ‘딩크(Double Income No Kids)족’에서 애완동물에게 온갖 정을 다주는 ‘딩크펫 가족’으로 발전했다. 이마트의 애견 전문매장 ‘몰리스펫숍’은 애견을 분양해 시장을 만들어 내는 기존의 ‘애견 소유주(pet owner)’ 시장에서 벗어나 애견을 가족의 일부로 여기는 ‘애견 부모(pet parents)’ 시장을 겨냥한다.
급성장한 ‘개전(個電)제품’(가족이 아닌 1, 2인 개인이 사용하는 가전)은 가전제품의 아성을 무너뜨릴 기세다. 미니 선풍기, 1인용 냉장고, 3∼4kg 용량의 세탁기 등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다. 개전제품군은 공유보다 독립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롯데마트에서 19.8m²(6평)용 벽걸이 에어컨은 올 상반기(1∼6월)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9.8%나 늘었다. 반면 49.5m²(15평)형 스탠드 에어컨은 판매가 15.6% 줄었다.
부모와 아이들로 구성된 4인 가구의 구성보다 2인 가구의 형태는 훨씬 다양하다. 아이 없는 맞벌이 부부, 한부모 가정, 미혼모 가정, 조부모와 손자녀가 함께 사는 조손가정도 있다. 다양해진 가족의 형태만큼 대형 마트도 가정에서 손쉽게 먹을 수 있는 가정간편식을 늘리고 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