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프용 식재료서 지구촌 히트 메뉴로 화려한 변신
왜 닭날개를 못 먹게 했을까. 말도 안 되는 소리 같지만 이런 말이 나오게 된 배경이 있다. 닭고기 중에서도 닭날개는 먹을 것이 별로 없는 허접스러운 부위다. 먹을 것이 귀한 데다 식구까지 많던 옛날, 어쩌다 닭 한 마리를 잡으면 두 개밖에 없는 닭다리는 아버지와 장남 몫이었다. 나머지를 놓고 식구들이 나누어 먹는데 예전에는 자녀도 많았을뿐더러 대부분 시골에서 일가친척 한두 명이 올라와 군식구로 함께 살았다. 그러니 닭 한 마리를 잡아 봐야 여자들은 살코기 한 점 얻어먹기 힘들었고 어머니는 기껏해야 국물이나 먹을 수 있으면 다행이었다.
때문에 먹을 것이 별로 없는 닭날개와 모가지라도 여자들이 먹을 수 있도록 남겨 두었다. 그래서 남자가 날개를 먹으면 바람을 피운다는 소리를 했고 여자가 닭 모가지를 먹으면 목소리가 예뻐진다는 말이 나왔다. 옛날의 남녀차별 속에서도 그나마 여성에 대한 배려(?)가 눈곱만큼은 담겨 있던 농담 속 진담이다.
미국의 한 레스토랑에서 닭고기 중에서도 쓸모가 없어 버리거나 국물을 만들 때 쓰던 날개를 인기 메뉴로 변신시켜 놓은 결과, 지금은 미국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닭날개로 다양한 요리를 개발해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닭날개를 튀긴 버펄로 윙은 1964년 어느 금요일 저녁, 뉴욕 주 버펄로 시에 있는 앵커바라는 레스토랑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앵커바는 남편인 프랭크 벨리시모와 아내 테레사가 운영하던 가족 레스토랑이었고 지금은 아들인 도미니크가 가업을 물려받아 경영을 한다.
버펄로 윙이 만들어진 계기로는 네 가지 이야기가 전해진다. 모두 벨리시모 가족에게서 나왔지만 가족마다 각각 다르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현재의 주인 도미니크의 말이다.
어느 금요일 밤, 단골손님 몇 명이 밤늦게까지 남아 술을 마셨다. 주머니에 돈이 떨어진 단골손님을 위해 주방에서 일하던 테레사가 특별히 무료 서비스로 만든 요리가 당시에는 주로 닭고기 수프의 국물을 내는 재료로 쓰던 닭날개를 튀겨서 만든 치킨 윙이다. 어머니인 테레사가 말하는 내용은 약간 다르다. 단골손님이 아니라 아들이 금요일 밤늦게 배고픈 친구들을 끌고 와서 만들게 됐다고 한다.
버펄로는 나이아가라 폭포가 위치한 뉴욕 주 서북부의 도시다. 닭날개 튀김인 버펄로 윙이 유명해지면서 도시 이름까지 덩달아 알려졌기 때문에 시에서는 1977년 7월 29일을 치킨 윙의 날로 선언했다. 시원한 생맥주 한 잔과 치킨 윙 한 조각이 그리워지는 무더운 여름이다.
<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