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슈퍼마켓을 한다고? 알고보니 소외 이웃 위해!
《교회와 슈퍼마켓, 상품권…. 어울리지 않는 단어처럼 보이지만 이를 사랑으로 하나로 묶어낸 교회가 있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사창동 ‘청주 주님의 교회’(예장 대신 교단). 이 교회는 상품권을 발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슈퍼마켓도 운영한다. 신자가 아닌 일반인도 교회의 문턱을 느끼지 않는 열린 교회로도 알려져 있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사창동의 청주 주님의 교회 일러스트. 담장도 없는 이 교회는 골목 옆에 문을 연 사랑의 나눔 마켓을 통해 교회의 울타리를 뛰어넘는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일러스트레이션 권기령 기자 beanoil@donga.com
주서택 담임목사
2007년 4월 문을 연 이 마켓은 교회에서 운영하는 맞춤형 사회 구제의 모범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 마켓의 운영 원칙은 분명하다. 실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하고, 자존심에 상처를 주지 않도록 배려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회는 매년 1억 원어치의 ‘사랑나눔 상품권’을 발행한 뒤 매달 신자들에게 1인당 5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지급한다. 이 상품권들은 지역 사정을 잘 아는 신자와 사회복지사의 도움을 받아 가족이 있다는 이유 등으로 사회안전망에서 소외된 이웃들에게 전달된다. 마켓은 자원봉사자들이 운영하며 매주 화∼목요일 열린다.
이 마켓을 더욱 빛나게 하는 것은 교회의 이웃사랑이 신앙에 관계없이 이뤄져야 한다는 신자들의 믿음이다. 자원봉사자 박영숙 씨(46·청주시 흥덕구 운천동)는 “일부 교회와 신자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차갑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중요한 것은 교회 내에서 ‘끼리끼리’ 잘 지내는 게 아니라 세상과의 소통”이라며 “이 마켓은 교회의 울타리를 뛰어넘어 사랑을 실천하는 장이자 이제 우리 교회의 자부심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 이 교회는 전체 예산의 50% 이상을 선교와 교회 밖 이웃사랑에 사용하고 있다.
청주 주님의 교회가 운영하는 ‘사랑의 나눔 마켓’을 찾은 이용객들이 필요한 물품을 고르고 있다. 이곳에서는 교회 발행의 상품권만 사용되며 전체 손님의 약 80%가 교회와 관계없는 일반인들이다. 청주 주님의 교회 제공
2002년 12월 교회 개척부터 현재까지 교회는 ‘허리띠를 졸라 매며 살아야 한다’는 가난한 교회의 정신을 오롯하게 지켜가고 있다. 주 목사는 개척 당시 철거 직전의 헌 예배당 건물을 구입했다. 건축이 아니라 본당의 낡은 외부 벽돌을 교체하는 리모델링을 선택했고 의자와 집기는 주변 교회의 것을 재활용했다. 십자가조차도 한 신자가 나무를 베어 만든 것이다.
대학부 간사인 강선화 씨(25)는 “높고 호화로운 치장은 하나님의 뜻과 관계없다. 검소한 교회 운영으로 주변을 돕고 있는 우리 교회가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신자 7명으로 출발한 이 교회는 이제 1000여 명이 출석하고 있고 농어촌의 미자립 교회 100여 곳을 지원하고 있다.
민주적인 교회 운영 방식도 교회 재산을 둘러싸고 원로목사와 담임목사, 장로 등 내부 구성원의 갈등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는 개신교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교회는 처음부터 통상 70세인 담임목사의 정년을 65세로 낮췄다. 담임목사와 장로의 경우 임기제(6년)를 도입했고 출석 신자 3분의 2의 찬성을 받아야 연임이 가능하도록 했다.
외양이 아닌 제대로 된 청지기의 삶이 얼마나 힘든가는 주 목사의 말에서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설교가 참 어렵습니다. 설교 그대로 살기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목회자들이 설교대로 살고 있는지 성도(신자)들이 언제나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한순간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 주서택 목사의 ‘내가 배우고 싶은 목회자’ 민병억 목사 ▼
정년 4년 남기고 조기 퇴임, 은퇴 목회자끼리 따로 예배
요즘 원로목사와 후임 목사의 갈등이 개신교회 분쟁의 한 원인이 되고 있는데, 청주 복대교회의 경우 후임 목사를 청빙하는 과정에서 전적으로 성도들의 의견을 반영했다. 자신은 후임 목사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이 교회에 출석하지 않고 있고 다른 시골교회를 섬기면서 은퇴한 목회자들끼리 따로 예배를 하고 있다. 원로목사의 이상적인 모델이 되는 분이다.
청주=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