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상 떨어져 승무원 2명 실종… 리튬이온배터리 등 위험물 실려아시아나 “화물칸 화재 원인인듯”
바다에서 건진 화물기 잔해 해경이 28일 제주공항 서남쪽 129km 해상에 추락한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잔해를 수거하고 있다. 사고 항공기는 이날 오전 2시 47분 인천공항을 출발해 중국 상하이로 가던 중 화물칸에서 연기가 나 제주공항으로 회항하다 추락한 것으로 아시아나항공 측은 추정했다. 제주해경 제공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오전 4시 12분 자사(自社) 991편 보잉747 화물기가 제주공항 서남쪽 129km 해상에 추락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화물기가 이날 오전 2시 47분 인천공항을 떠나 중국 상하이(上海)로 가던 중 화물칸에서 연기가 발생해 제주공항으로 비상 회항하다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제주해경 경비함과 헬기 등이 사고 현장에서 수색작업을 벌여 화물기 잔해와 부유물 등 600여 점을 수거했지만 최상기 기장(52)과 이정웅 부기장(44)의 생사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사고 화물기에는 반도체와 기계전자 부품, 직물류 등 일반 화물 58t과 리튬이온배터리, 페인트, 아미노산용액, 합성수지 등 인화성 물질 0.4t이 실려 있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화물은 모두 국제항공수송협회(IATA) 규정과 절차에 따라 탑재됐다”고 말했다.
이 사고로 아시아나항공은 1993년 서울발 목포행 여객기 추락사고 이후 18년 동안 이어오던 무사고 기록이 중단됐다. 국내 항공사 전체로는 1999년 12월 영국에서 일어난 대한항공 화물기 사고 이후 11년여 만의 추락사고다.
윤영두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이날 긴급 브리핑에서 “이번 사고로 국민 여러분과 승무원 가족에게 심려를 끼친 데 대해 머리 숙여 사죄한다”며 “실종 승무원을 찾는 것을 최우선으로 노력하고 있으며, 철저한 원인 규명을 통해 이 같은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화물기 추락사고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해결의 실마리가 담긴 블랙박스와 조종실 음성기록장치(CVR)가 아직 회수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블랙박스는 물 속에서 최장 30일 동안 견딜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일단 문제의 화물기가 화물칸에 불이 붙어 급히 회항하던 중 바다에 떨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윤 사장은 “지금까지 ‘카고 파이어 이머전시(Cargo Fire Emergency·화물 화재에 따른 비상상황)’라는 것만 밝혀졌을 뿐 지금으로선 사고 원인을 단정 지을 수 없다”며 “잔해와 블랙박스를 수거해 정밀조사를 해야 정확한 원인을 규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화물칸 화재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지목되는 것은 일반 화물 이외에 적재된 0.4t가량의 인화성 위험물품 중 리튬이온배터리다. 이 배터리는 일본에서 출발해 한국을 거쳐 중국 상하이로 운반되던 물품이었다. 지난해 9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화재로 추락한 미국 특송업체 UPS의 화물기에도 리튬이온배터리가 실려 있었다.
휴대전화, 노트북, 의료기기 등에 다양하게 사용되는 리튬이온배터리는 합선으로 화재가 일어날 수 있고, 화재가 나면 온도가 매우 높아 진압하기도 어려워 미국은 리튬이온배터리의 항공운송을 규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번 사고로 국내 항공사는 대내외 이미지 추락은 물론 유엔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항공안전종합평가에서도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2009년 평가에서 국제표준준수율 98.89%로 세계 최고기록을 세우기도 했지만, 향후 평가에서 하락이 예상된다.
한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사고 화물기에 대해 1억2200만 달러(약 1282억 원)의 보험에 가입돼 있는 상태다. 아시아나항공은 항공기와 별도로 화물에는 160만 달러, 상해보험 20만 달러(조종사 1인당 10만 달러)의 보험에도 가입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