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
26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한진중공업 사태와 관련해 매번 ‘희망버스’(농성자 지원)에 동참했다. 하지만 부산에선 ‘희망버스는 절망버스’란 얘기가 나오지 않나.
“관변, 관제의 목소리다. 바닥 민심은 그게 아니다. 한진중공업 현장에 공권력이 투입되면 제2의 부마사태가 될 수 있다.”
―제2의 부마사태는 심한 얘기 아닌가. 손 대표는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해 ‘선명하지만 균형감을 잃지 않는 투쟁’을 강조하고 있다.
“야당이라는 본분을 잊은 것이다. 야당의 일은 몸으로 뛰고 불이 났으면 불을 끄는 것이다. ‘도저히 못 살겠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오고 중산층이 확 찌그러들었는데 중도가 어떻다고 하는 건 가슴에 닿지 않는다. 약자의 편에 확실히 서야 중간층도 끌어들일 수 있다.”
―손 대표의 ‘원칙 있는 대북포용정책’ ‘종북 진보’ 발언에 대해 사과를 요구했는데….
“‘북한 인권과 핵에 단호하게 대응하는 게 원칙 있는 대북포용정책’(손 대표 발언)이라는 건 한나라당이나 미국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이 하는 말이다. 또 종북진보는 민주진보 진영에선 써서는 안 될 금기어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은 어떻게 평가하나.
“6자회담 훼방꾼이 한국이다. 6자회담 틀을 만든 것이 한미인데 이 정부는 소극적이다. 이 부분을 타협하면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경계선이 없어진다. 그래서 정체성이라고 하는 것이다. 대북정책에 관한 민주당의 정체성은 명백하게 진보다.”
―지난달 방송 인터뷰에선 천안함 폭침 사건에 대해 “‘북한 아니면 할 사람이 누가 있느냐’란 태도는 우격다짐일 뿐”이라고 했다.
“정부의 말이 계속 바뀌고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 내년 4월 국회가 여소야대가 되면 국정조사권을 발동하고 정권이 바뀌면 범정부 차원에서 재조사해야 한다.”
―줄곧 진보의 삶을 살아왔다고 자평하나.
“2007년과 비교해 내가 달라졌다는 것은 인정한다. 2008년 9월 세계 금융위기 때 신자유주의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진보는 이제 국민의 명령이다.”
―대선 후보를 지냈는데 지역구가 호남이다. 수도권으로 다시 옮길 의향은 없나.
“없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최근 내년 총선에서 대구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이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다 자기의 길이 있다.”
―호남 물갈이론이 거센데….
“제도를 통해 가는 게 가장 좋다. 국민을 믿고 완전국민경선(오픈프라이머리)으로 가면 (인위적 물갈이 필요 없이) 판이 바뀐다. 국민이 ‘이 사람 안 되겠다’고 하면 5선이든 10선이든 안 되는 거다.”
―천정배 최고위원은 배심원제 도입을 주장한다.
“지난해 6·2지방선거(광주시장 경선) 때 협잡으로 얼룩진 실패한 제도라는 게 판명됐다. 엘리트주의의 산물이다.”
―내년 대선 경선에 참여하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권을 창출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창출했는데 정동영이 후보로 나서서 참패했다. 국민에게 빚을 갚는 심정으로 민주당이 대안이 될 수 있도록 보편적 복지와 경제 민주화 등 당의 정체성을 정립하고 있다. 정치하는 맛, 보람을 느끼고 있다.”
그는 손 대표에 대해선 거침없이 비판을 쏟아내면서도 문재인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야권의 대권 후보로 떠오르는 것에 대해선 “민주진보 진영 전체에 도움이 된다. 문 전 실장은 노무현 정부의 적자(嫡子)이자 상속자”라고 치켜세웠다.
―문 전 실장의 자서전 ‘문재인의 운명’을 보면 2007년 정 최고위원의 열린우리당 탈당이 노 전 대통령을 정말 아프게 했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은 나를 지극히 배려했다. 다만, 옛 민주당과 다시 합치는 문제에 대해 의견이 달랐을 뿐이다.”
―연말 전당대회에서는 누가 가장 유리하다고 보나.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는 7·4전당대회 내내 자신을 ‘차기 민주당 대표로 유력한 박지원 의원의 대항마’라며 표를 호소했는데….
“지금 민주당이 안주하면 망한다. 현재의 민주당 인사만으로 치르는 전당대회는 관심 없다.”
―손 대표가 야권통합특위를 구성하지 않았나.
“말만 있고 행동이 없다. 더 우물쭈물하다 8, 9월 가면 통합은 ‘땡’ 하고 종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내년 총선은 요행에 기대는 수밖에 없다.”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와도 통합이 가능한가.
“개인에 관한 문제가 아니다. 대의에 관한 문제다.”
마지막으로 한나라당 홍 대표의 리더십을 묻자 그는 의외로 “민주당에는 가장 위협적인 인물이다. 공존, 상식의 정치가 가능한 인물”이라며 높게 평가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