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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 물폭탄]경기북부 최대 690mm 쏟아져… 10여명 사망

입력 | 2011-07-29 03:00:00


사라진 경원선 철길 연일 쏟아진 집중 호우로 28일 경기 연천군 일대 경원선 철길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이틀 동안 동두천과 연천 등 경기 북부지역에는 700mm가량의 비가 쏟아졌다. 연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기습폭우가 3일째 이어진 경기북부 지역은 최대 690mm가 넘는 폭우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경기 연천군 일대 경원선 철길은 폭우로 유실돼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산사태로 경기 남양주시 전도치터널이 통제되는 등 12개 도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토사에 떠밀린 시내버스가 논바닥에 빠졌고 동두천시 2000여 가구에는 물이 차거나 산에서 내려온 흙과 나뭇가지가 방안까지 들어찼다. 이 과정에서 10여 명이 숨지는 등 인명피해도 속출했다. 수마(水魔)가 휩쓴 이 지역을 완전히 복구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28일 오전 10시경에는 동두천시 상봉암동에서 일어난 산사태로 암자인 도솔암이 토사에 매몰됐다. 이 사고로 암자에 살던 스님 박모 씨(60·여)와 남편 문모 씨(67), 박 씨의 딸 김모 양(11), 박 씨의 여동생(57) 등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문 씨의 둘째딸은 “어젯밤까지 아버지와 연락이 됐는데 이날 오전부터 연락이 닿지 않아 암자로 찾아왔다”며 “이런 참변을 당했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스님인 박 씨가 입양해 키운 김 양도 이 사고로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포천시에서는 27일 3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모두 7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포천시 일동면 기산리에서는 산사태로 쏟아진 흙과 나무가 인근 주택 빌라를 덮쳐 1층에 살던 위모 씨(26·여)와 위 씨의 큰아들(4), 3개월 된 둘째아들이 숨졌다. 함께 있던 남편 정모 씨(27)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으나 다쳐 인근 병원에 입원 중이다.

포천시 신북면 일대 펜션에도 27일 산사태가 발생해 금동리에서 문모 씨(68·여) 등 3명이 숨지고 안모 씨(71·여) 등 7명은 구조돼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심곡리의 한 펜션도 매몰돼 심모 씨(42·여)가 크게 다치고 심 씨의 딸 최모 양(16)이 숨졌다.

불어난 물에 휩쓸린 실종자도 속출했다. 파주시 적성면에서는 최모 씨(67·여)와 김모 씨(42) 모자가 불어난 계곡물에 휩쓸려 실종되는 등 연천군 전곡읍, 포천시 신북면 갈월리 등에서 모두 4명이 실종됐다.

비가 계속되자 파주시는 27일 오후 7시경 8개 마을 주민 1300여 명을 인근 학교, 교회 등으로 대피시켰으나 갈곡천 등 인근 하천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28일 오전 모두 귀가시켰다. 경기북부지역에는 29일 오전까지 비가 더 내릴 것으로 보여 주민들은 인근 하천에 나와 수위를 점검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