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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 물폭탄]급류에 휩쓸려간 21세 의경의 ‘경찰관 꿈’

입력 | 2011-07-29 03:00:00

주민 구하려다 물에 떠내려가… 정부, 훈장 추서… 특진 검토
동료 대신 근무 집배원도 실종




폭우 속에서 묵묵히 임무를 수행하던 20대 청년들이 ‘물 폭탄’ 앞에 스러져 갔다. 27일 오후 9시 35분경 경기 동두천시 보산동 미군 제2사단 캠프 케이시 앞. 경기지방경찰청 기동11중대 소속 조민수 수경(21·사진)은 경비 근무를 마치고 경찰버스로 향했다. 신천을 가로지르는 상패교를 지날 무렵 “살려주세요”라는 비명이 들렸다. 주민 강모 씨(57)가 급류 속에서 철조망을 붙잡은 채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동두천에는 26일부터 이틀간 500mm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조 수경은 스티로폼을 안고 곧바로 하천으로 뛰어들었다. 허리춤을 웃도는 물 속에서 아슬아슬 걸어가다 한순간 물살이 조 수경의 가슴 위로 치솟았고 결국 중심을 잃고 급류 속으로 사라졌다. 동료들이 미처 손을 쓸 새도 없었다. 강 씨는 구조됐지만 조 수경은 5시간 뒤 신천 하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오산대 경찰경호학과 1학년 1학기를 마치고 의무경찰에 지원한 그는 다음 달 29일 전역할 예정이었다. “시민을 지키는 경찰관이 되겠다”던 꿈은 그렇게 급류에 휩쓸려갔다.

조 수경은 부모님에게 자주 안부 전화를 하는 효자였고 후배 대원들의 생일을 챙겨주는 자상한 선배였다. 아버지 조공환 씨(48)는 “평소 강하고 의협심을 갖도록 키웠는데 그 바람에 이번 일이 생긴 것 같다”며 흐느꼈다. 그러면서 “의롭게 순직한 만큼 모든 후배에게 귀감으로 기억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후배들은 “항상 솔선수범한 선배였기 때문에 분명히 천국에 갔을 것”이라며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행정안전부는 조 수경에게 옥조근정훈장을 수여했다. 경찰청은 이례적으로 의경인 조 수경을 순경으로 일계급 특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앞서 같은 날 오후 1시에는 경기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금어천에 용인우체국 소속 집배원 차선우 씨(29)가 빠져 실종됐다. 당시 차 씨는 선배 남모 씨(45)와 함께 우편물을 배달하고 있었다. 원래 차 씨의 담당구역은 기흥구 공세동이지만 포곡읍 담당직원이 장기병가 중이어서 이곳을 맡게 됐다. 차 씨는 빗물 때문에 하수관 연결지점의 뚫린 공간을 보지 못해 빠진 것으로 보인다. 하수구에서 차 씨의 비옷 바지가 발견됐지만 28일 오후까지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유승훈 용인우체국 운용실장은 “어린 나이지만 누구보다 성실했고 선후배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잘했다”며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동두천·용인=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김재홍 기자 no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