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철도국장 “사고원인 벼락 아닌 신호시스템 결함” 사고 6일 뒤 현장방문 회견… 철저한 조사-재발방지 다짐
231명의 사상자를 낸 23일 중국 저장(浙江) 성 원저우(溫州) 고속열차 추돌사고는 신호시스템 결함에서 비롯됐다고 중국 정부가 28일 밝혔다.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는 사고 발생 6일째인 이날 현장을 방문해 철저한 조사와 투명한 공개, 책임자 처벌 및 재발방지 등을 다짐했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는 불신의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 벼락 맞은 신호등 뒤바뀐 신호 내보내
28일 관영 신화(新華)통신과 중국 중앙(CC)TV에 따르면 안루성(安路生) 상하이 철도국장은 이날 오전 원저우에서 열린 국무원 사고조사팀 전체회의에서 “초기 조사 결과 원저우 남역의 신호시스템 결함이 사고 원인”이라고 보고했다. 안 국장은 “원저우 남역의 신호시스템 설계에 중대한 결함이 있다. 벼락을 맞고 고장이 난 뒤 붉은 신호등을 켜야 할 구간에서 녹색 신호등이 잘못 켜졌다”고 했다. 이 바람에 시속 200km 이상 정상속도로 달리던 후속열차가 정지 또는 서행하던 선행열차를 들이받았던 것이다. 이 시스템은 베이징(北京)의 한 연구기관이 설계해 2009년부터 현장에서 사용됐다.
안 국장은 “이번 사고는 설비품질과 운영 및 현장 통제 능력 문제 등이 복합돼 나타났다”며 “시설 안전설비가 부족하고 안전관리 능력도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微博)’에는 “언제는 번개 때문이라더니”라는 등의 격한 반응이 수만 건 올랐다. 28일 조사 결과 보고 자리에서는 당초 이런 발표가 왜 나왔는지에 대한 해명은 없었다.
○ 中총리 “중국 고속철, 신용을 잃었다”
원 총리는 28일 오후 12시 반경 사고현장에서 30분간 선 채로 내외신 기자회견을 가졌다. 원 총리는 “중국 고속철은 설계 설비 기술 건설 관리종합 등에서 이번 사고로 안전과 신용을 잃었다”며 “안전을 제일 앞자리에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고가 천재인가 인재인가”라는 질문에는 “엄정한 조사를 진행 중이고 조사 결과에 답이 있을 것”이라며 “끝까지 조사하고 부패문제가 배후에 있다면 법에 따라 처리하겠다. 매섭게 하겠다. 그래야만 지하의 희생자들에게 얼굴을 들 수 있다”고 답했다. 중국 최고지도부가 지진 등의 대형 자연재해 현장이 아닌 사고 현장을 찾은 것은 이례적이다.
한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문제점을 파헤치지 말라는 중국 정부의 ‘보도지침’에도 이를 무시하는 언론들이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실제로 베이징에서 발생되는 유력지 중 하나인 신징(新京)보 등은 연일 다양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정부의 불투명하고 미숙한 대처를 비판하고 있다. 이날 원 총리 회견에서도 외신기자들뿐 아니라 신화통신, CCTV 등 중국의 대표적 관영매체 기자들도 송곳 질문을 던졌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