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열대성 폭우 30년새 67%↑… “도시개발계획 다시 세워야”
‘아열대 물 폭탄’이 중부지방을 삼키면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하자 전국을 아우르는 통합 방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강수량이 많은 아열대성 폭우에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도시개발계획 수립 단계부터 새로운 기준들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방재 기준은 단순히 도시 배수 처리 용량을 늘리는 쪽에 집중돼 있었다. 특히 산림 도로 주택의 관리부처가 다르다 보니 방재 대책이 체계적으로 수립되지 못해 수해에 취약한 구조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서울 서초구 우면동 우면산 산사태도 물길이 흐르던 산중턱에 방재 대책도 없이 아파트를 짓다 보니 피해가 컸다는 지적이다. 심우배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홍수나 산사태 위험지역에 주택을 짓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도시계획 단계에서 방재를 우선순위에 두고 재해로부터 안전한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 대책이 한반도의 기후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26∼28일 3일간 서울의 누적강수량은 545.5mm로 1907년 관측 이래 가장 비가 많이 온 기간으로 기록됐다. 전국 60곳의 기상관측소 데이터를 10년 단위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2000년대 집중호우(하루 100mm 이상)는 1970년대에 비해 67% 증가했다. 김 연구원은 “현재 치수계획은 하수도와 하천에만 의존하고 있다”며 “기후 변화에 맞춰 빗물펌프장이나 학교 운동장, 공원 같은 저류시설을 도심 곳곳에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이건혁 기자 reali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