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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 물폭탄]방재기준 재수립 시급

입력 | 2011-07-29 03:00:00

아열대성 폭우 30년새 67%↑… “도시개발계획 다시 세워야”




‘아열대 물 폭탄’이 중부지방을 삼키면서 대규모 피해가 발생하자 전국을 아우르는 통합 방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강수량이 많은 아열대성 폭우에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있도록 도시개발계획 수립 단계부터 새로운 기준들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방재 기준은 단순히 도시 배수 처리 용량을 늘리는 쪽에 집중돼 있었다. 특히 산림 도로 주택의 관리부처가 다르다 보니 방재 대책이 체계적으로 수립되지 못해 수해에 취약한 구조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서울 서초구 우면동 우면산 산사태도 물길이 흐르던 산중턱에 방재 대책도 없이 아파트를 짓다 보니 피해가 컸다는 지적이다. 심우배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은 “홍수나 산사태 위험지역에 주택을 짓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도시계획 단계에서 방재를 우선순위에 두고 재해로부터 안전한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미 수립한 계획을 실행하지 못한 채 사고가 터지면 같은 대비책만 되풀이해 발표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번 수해 이후 서울시·군·경 합동 재난안전대책본부가 28일 대책으로 내놓은 ‘방재시설물 확충 사업’은 하수관로와 펌프장 같은 저류시설을 늘리는 내용이다. 이는 지난해 9월 집중호우 피해가 발생한 뒤 올해 2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발표한 향후 개선대책과 똑같은 내용이다. 김영오 서울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기존 대책만 되풀이하는 것은 재발 방지 대책이 될 수 없다”며 “산지의 배수시설을 고려하는 종합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병식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교통, 에너지, 건축물 등 기후변화 대책이 부문별로 나눠진 채 종합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수해를 포함한 수자원 분야 대책은 더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부 대책이 한반도의 기후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26∼28일 3일간 서울의 누적강수량은 545.5mm로 1907년 관측 이래 가장 비가 많이 온 기간으로 기록됐다. 전국 60곳의 기상관측소 데이터를 10년 단위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2000년대 집중호우(하루 100mm 이상)는 1970년대에 비해 67% 증가했다. 김 연구원은 “현재 치수계획은 하수도와 하천에만 의존하고 있다”며 “기후 변화에 맞춰 빗물펌프장이나 학교 운동장, 공원 같은 저류시설을 도심 곳곳에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이건혁 기자 reali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