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촌? 이웃친정!”
《 아름다운 다문화 사회는 서로 노력하고 도우면서 함께 잘살기다. 근면 자조 협동으로 대변되는 새마을운동 정신과 닮았다. 새마을운동중앙회가 다문화 사회 가꾸기에 소매를 걷어붙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정 넘치는 다문화 사회를 가꾸는 데 새마을운동 정신이 스며드는 모습을 5회에 걸쳐 소개한다. 》
친정어머니와 딸 관계를 맺은 윤춘화 씨(왼쪽)와 타이티투언 씨. 예천=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그렇네. 빨리 커서 한국과 베트남을 위해 큰일 했으면 좋겠다. 그치?”
22일 오후 경북 예천군 지보면 마전리. 사과농사를 짓는 윤춘화 씨(60·여·지보면새마을부녀회장) 집에 온 베트남 호찌민 시 출신 타이티투언 씨(24)가 4개월 된 아들을 윤 씨에게 안겼다. 두 사람이 주고받는 말과 표정은 친정 엄마와 시집 간 딸 모습 그대로였다.
두 사람은 2009년 5월 지보면 유채꽃 축제를 앞두고 처음 만났다. 활달한 성격인 순언 씨는 축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며 새마을부녀회를 찾아왔다. 이때 잠시 만났던 두 사람은 지난해 8월 예천군새마을회가 마련한 결혼이민여성과 새마을부녀회원의 결연 프로그램으로 평생 인연을 맺었다. 윤 씨는 “아이들(1남 1녀)은 객지에 있고 시어머니, 남편과 살고 있어 ‘딸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순언이가 딸처럼 다가왔다”고 말했다.
구제역이 한창이던 지난해 12월 타이티투언 씨는 윤 씨 부부에게 결혼식 청첩장에 친정 부모 이름으로 써도 되느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2008년 8월 결혼했지만 결혼식은 미룬 상태였다. 윤 씨는 “뜻밖이어서 부모 역할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지만 자식 키우는 마음으로 친정 부모가 되기로 했다”고 말했다. 윤 씨는 ‘가슴으로 낳은’ 딸을 데리고 대구 서문시장에 가서 혼수품을 푸짐하게 마련했다. 예식장을 찾은 하객들은 처음엔 “그 집에 딸이 하난데 무슨 딸을 또 결혼시키느냐”고 어리둥절해했다고 한다. 지금은 마전리 주민들은 순언 씨를 보면 “윤 회장 딸 왔네”라고들 한다.
윤 씨 집에서 10여 km 떨어진 곳에 사는 순언 씨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친정’을 찾는다. 윤 씨의 남편 정동욱 씨(62)는 순언 씨가 손자를 데리고 오는 날이면 일도 뒷전이다. 정 씨는 “자기보다 부모를 먼저 생각하는 아이”라며 은근히 딸 자랑을 했다. 순언 씨의 남편 박종락 씨(44·축산업)는 “결혼 후 베트남에 사는 장인 장모는 아직 찾아뵙지 못했지만 가까이에 처의 친정이 생겨 얼마나 의지가 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윤 씨는 최근 새마을운동중앙회가 마련한 다문화 가정 관련 생활수기 공모전에서 순언 씨가 딸이 된 사연을 소개해 입상했다. 윤 회장은 “누구든지 마음을 나눌 수 있으면 가족 아니겠느냐”며 “순언이 덕분에 오히려 행복하니 오래오래 한울타리가 되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순언 씨는 “베트남 친정에 전화하면서 예천 엄마 이야기를 하면 ‘잘살아야 된다’고 하면서 우신다”며 “어른들 잘 모시고 아이도 잘 키우겠다”고 다짐했다.
예천=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