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로워십/바버라 켈러먼 지음·이동욱 김충선 이상호 옮김/424쪽·1만6800원·더난출판
로런스 서머스 교수는 2001년 미국 하버드대 총장으로 임명되면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뛰어난 경제학자이자 특별한 두뇌의 소유자인 데다 화려한 공직 경험을 가지고 있어 총장으로서 남다른 업적을 남길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재임 기간은 1862년 재임 중 사망한 펠턴 총장을 제외하면 가장 짧았다. 게다가 그는 타의에 의해 사임을 강요당했다.
서머스 총장은 2005년 1월 “과학과 공학 분야에서 여성의 수가 왜 적은가”라는 질문을 받고 “남성과 여성의 유전적 차이가 그 부분적인 이유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공식석상에서 나온 발언이다. 부적절하다고 볼 수 있지만 이 발언만으로 하버드대 총장직을 사임해야 하는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그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움직임은 매우 집요했다. 2006년 2월 교수회의에 참여한 열다섯 명의 교수는 그가 총장직을 계속하는 데 따른 문제점을 거듭 지적했다. 단 한 명도 그를 변호하지 않았다. 결국 서머스 교수는 대학의 웹 사이트에 사임 편지를 남기고 총장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 책은 ‘리더는 이끌고 팔로어는 따른다’는 전통적 리더십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한다. 저자는 팔로어를 ‘리더가 아닌 사람’ 혹은 ‘상급자에 비해 권력, 권한, 영향력을 덜 가진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단순히 따르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 리더로부터 팔로어로 힘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저자는 짚는다. 어느 분야에서든 리더들은 자신의 통제력을 벗어난 세력으로부터 쉽게 공격당할 수 있게 됐다. 과거 같으면 가능하지 않았던 공격을 팔로어가 쉽게 행할 수 있는 시대가 펼쳐진 것이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저자는 “고위직에 있는 사람들이 고상하게 앉아, 그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그들이 바라는 것을 하는 날은 이제 끝났다”고 강조한다. 또 “팔로어를 무시하거나 그들의 존재를 잊은 리더는 위험을 각오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왼쪽)
저자는 팔로어의 유형을 리더와 조직에 연계된 정도에 따라 무관심자, 방관자, 참여자, 운동가, 완고주의자로 나눈다. 먼저 무관심자는 리더와 조직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돼 스스로 힘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조직이나 리더에 대한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다. 저자는 미국의 보통 유권자를 그 예로 꼽는다. 방관자는 그저 지켜보는 이들이다. 나치시대 독일의 평범한 시민, 유대인 학살을 방관한 국가와 국제기구들이 그 예가 될 수 있다. 참여자는 리더와 조직에 연계돼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해 영향력을 최대한 발휘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제약사 머크가 신약 바이옥스 제품의 부작용을 은폐하는 과정에서 어떤 방향으로든 영향력을 미치고자 한 사람들이다. 이른바 좋은 참여자도 있지만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나쁜 참여자도 있다.
팔로어십을 제대로 활용하는 건 좁게는 리더와 조직의 실책을 방지할 수 있다는 의미를 갖는다. 넓게는 구성원들의 에너지를 결집할 수 있는 수단이자 리더와 조직에 대한 우호집단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다. 변화된 시대환경에 리더십을 어떻게 발휘해야 할지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도 일독할 만한 책이다.
공병호 공병호경영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