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씩 쉬고 11시간 연습… 공부가 더 쉽겠어요”
연습생 체험에 나선 동아일보 인턴기자들이 춤 동작을 제대로 따라하지 못하자 강사가 인턴들에게 개별 지도를 하고 있다. 오른쪽이 김태원, 왼쪽이 주효선 인턴기자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허름한 연습실로 들어서자 청소를 하던 연습생 6명이 절도 있고 우렁찬 목소리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검정 민소매 셔츠와 짧은 반바지를 똑같이 맞춰 입은 이들은 이마가 무릎에 닿을 정도로 머리를 숙였다. 말로만 듣던 ‘휴대전화 폴더’ 인사였다.
낮 12시부터 요가와 비슷한 동작을 하면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오후 1시 안무를 맡은 강사가 도착해 본격적인 춤 연습이 시작될 즈음 우리 둘의 다리는 벌써 풀려 있었다. 강사의 지도에 따라 스트레칭을 하는데 근육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 ‘엎드려뻗치기’는 머리와 발목이 바닥과 직각을 이룬 상태에서 2분을 버텨야 했고, 윗몸일으키기는 1초에 한 번씩 16번을 9회 반복해야 했다. 엎드려뻗치기는 20초를 버티지 못했고, 윗몸일으키기는 연습생들이 3, 4번 할 동안 한 번 해냈다.
이번엔 춤 연습. 눈으로 따라가기도 벅찬 강사의 어려운 춤 동작을 연습생들은 일사불란하게 잘도 따라했다. 강사가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면 연습생들은 군말 없이 “네!” 하고 대답했다.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노래에 맞춰 본격적인 춤 연습을 할 땐 하이힐을 신어야 했다. 강사는 “내가 제일 섹시하다고 생각하라”고 주문했지만 10cm 높이의 킬힐을 신으니 ‘넘어지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밖에 없었다. 모든 동작을 가뿐하게 해내는 연습생들을 보면서 낙담했다. “아, 난 저질 체력인가.”
하지만 연습생으로서 “가장 힘든 게 뭐냐”고 묻자 6명이 똑같이 “다이어트”라고 대답했다. 연습실에는 저녁 도시락 외에는 음식물을 가지고 들어올 수 없다. 도시락을 열어 보니 데친 닭 가슴살 몇 점에 방울토마토 서너 개, 우유 200mL 한 병이 전부였다. 군것질을 하다 들키면 불호령이 떨어진다. 연습생들은 쉬는 시간에 모여 연습실로 오는 도중 지나쳤던 삼겹살집, 빵집, 중국집, 분식집 등의 상호를 줄줄 나열하며 먹고 싶은 음식 얘기를 했다.
춤 연습이 끝나고 보컬 레슨이 이어졌다. 연습곡은 버블시스터즈의 ‘악몽’. 보컬 트레이닝을 마치고 한 사람씩 녹음실에 들어가 반주에 맞춰 노래했다. 밴드 활동을 해왔기에 노래는 자신이 있었다. 그런데 헤드셋에서 흘러나오는 반주는 낯설었고, 나 혼자 박자를 맞추려니 쉽지가 않았다. 말 그대로 ‘악몽’이었다. 녹음된 내 노래를 듣고 깨달았다. “난 생각보다 굉장히 못 부른다.”
연습생들은 ‘월말평가’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기획사 대표와 직원들 앞에서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을 보여주는 날인데 이를 통해 데뷔 일정을 잡거나 어울리지 않는 연습생을 골라내기도 한다. “월말평가를 통해 발전하고 데뷔 가능성을 가늠할 수도 있죠.”
연습이 끝나갈 무렵 이곳에서 연습생 시절을 보낸 걸그룹 ‘달샤벳’이 찾아왔다. 연습생들은 “쉬는 시간이 1분밖에 안 된다” “벌써 이 생활 5년째다”라며 ‘선배’들에게 고충을 털어놓았다. 달샤벳의 리더 비키(23)가 웃었다. “난 연습생 생활만 8년 했어. 데뷔 후에도 연습생 시절과 똑같이 훈련하지. 그리고 요즘엔 쉬는 시간이 1분이니? 우리 땐 물 마실 시간도 없었는데.”
주효선 인턴기자 서울대 자유전공학부(심리학·예술경영) 3학년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