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타이연작6, 이인
상상하는 동안 복권은 불가능의 세계를 해체합니다. 꿈꾸는 모든 것이 이루어지고 지금의 나는 원하는 대로 모든 것을 보상받아 남부러울 게 없는 존재, 남들이 한껏 부러워할 만한 존재로 순간 상승합니다. 마음에 맺혔던 모든 아픔, 기억에 각인되었던 모든 슬픔이 스러져 비로소 성취한 인간의 기쁨을 만끽합니다. 그래서 CF는 복권의 공익성을 권법(拳法)에 비유합니다. 취권, 학권, 태극권, 당랑권은 자신을 위해 쓰지만 복권은 세상의 많은 사람을 위해 쓰인다는 것.
상상이 현실로 변하는 걸 경험하는 사람은 하늘의 별을 따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일확천금의 판타지는 오직 복권을 통해서만 가능하니 설령 그것이 돈을 통한 꿈의 실현이라고 해도 힘없고 돈 없는 사람은 그것을 물리치기 힘듭니다. 그래서 버스정류장에서 주변의 눈치를 슬금슬금 살피다가 로또를 사기도 하고 회사에서 눈치 봐가며 인터넷으로 연금복권을 구매하기도 합니다.
복권이 없어서 못 판다는 얘기는 이 땅의 현실을 아프게 돌아보게 합니다. 매달 500만 원씩 20년 동안 연금식으로 받는 상상을 하며 현실을 망각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세상은 생산성을 등한시하고 망상으로 병들어 갈 수밖에 없습니다. 일한 만큼 얻을 수 없는 세상, 뿌린 대로 거둘 수 없는 세상에서 복권은 종교를 능가하는 구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당첨되면 그만이니까.
가진 것 없고 힘없는 서민이 사용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권법은 오직 복권뿐입니다. 그래서 복권이 날개 돋친 듯 팔린다지만, 그래서 공익사업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지만 그것이야말로 외화내빈(外華內貧)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 같아 마음이 불편합니다. 복권 많이 팔리는 사회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복권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고 복권이 원래의 자리로 조용히 복권(復權)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상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