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외교수장이 여성의 몫이 된 것은 오래된 일이다.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매들린 올브라이트가 첫 여성 국무장관(1997∼2001년)에 올랐다. 4년 공백이 있었지만 2005년 콘돌리자 라이스(2009년까지)에 이어 힐러리 클린턴이 국무장관에 등극하면서 7년째 여인천하 시대를 이어가고 있다. 일본에서도 2001년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가 첫 여성 외상에 올랐다. 프랑스에서도 미셸 알리오마리가 지난해 외교부 금녀의 벽을 깼다. 현직 여성 외교장관을 둔 나라가 20여 개국이나 된다.
▷34세에 파키스탄의 첫 여성 외교장관에 오른 히나 라바니 카르의 인도 방문이 화제다. 두 나라는 1947년 파키스탄의 독립 이후 두 차례 전면전을 치렀으며 현재도 국경에서 총질을 멈추지 않고 있다. 두 나라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다섯 나라에 이어 나란히 6, 7번째 핵무기 보유 국가가 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그런 인도가 ‘젊고 예쁘고 맵시 좋은’ 카르 장관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2008년 11월 뭄바이 테러 이후 중단됐던 평화회담 재개 합의 소식도 들린다.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