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지령받은 지하당 ‘왕재산’ 2인자… “임 前의장과는 무관”검찰, 총 5명 구속… 민노당 인천시당 간부 등 40여명 수사
북한 노동당 225국(옛 대외연락부)의 지령을 받아 국내에서 간첩활동을 벌인 종북(從北) 성향 지하당 조직 ‘왕재산’에서 민주당 출신 임채정 전 국회의장 정무비서관이 2인자로 활동하다 공안당국에 적발됐다. 또 현직 민주노동당 인천시당 간부가 이 사건에 연루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는 등 북한이 남한 정치권 핵심부에도 지하당 구축을 획책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진한)는 지하당 ‘왕재산’을 구성해 간첩활동을 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임 전 의장의 정무비서관을 지낸 이모 씨 등 4명을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검찰은 “임 전 의장은 이번 사건과 전혀 관계가 없다”고 설명했다. 왕재산은 함경북도 온성군에 위치한 산(山)으로, 김일성 주석이 1933년 항일무장 투쟁을 국내로 확대하는 전략을 제시한 곳으로 북한에서는 혁명 성지로 불린다.
이에 앞서 검찰은 이달 초 정보기술(IT) 업체 J사 대표 김모 씨를 같은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민노당 소속 현직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한 참고인 조사도 벌였다. 또 노조 간부와 민노당 당직자 등 40여 명을 추가로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지하당 연계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반(反)국가단체 간첩단이 적발된 것은 1994년 조선노동당이 남한에 구축한 지하당이었던 ‘구국전위’ 사건 이후 17년 만이다.
공안당국이 확인한 지하당 조직도를 보면 조직 구성원은 이 씨 등 모두 10명이다. 이들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간부 1명과 대북 연락책을 담당하는 재중(在中) 북한인 1명을 통해 조직 최상부인 노동당 225국 간부 3명의 지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