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딸들아…어린 발명가를 키워 보겠다던 숭고한 꿈을 피워 보지도 못하고 이렇게 허무하게 가는구나."
지난 27일 강원도 춘천으로 봉사활동을 갔다가 숙소가 산사태에 매몰돼 숨진 인하대학교 학생 10명에 대한 합동 영결식이 31일 오전 9시 인천시 남구 인하대학교 대운동장에서 거행됐다.
집중호우 속에서 토사에 파묻혀 꽃다운 생을 마감해야 했던 어린 학생들의 마지막 가는 길을 하늘도 슬퍼하는 듯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장례위원장을 맡은 이본수 인하대 총장이 희생자들의 영정 앞에 차례대로 '명예로운 인하인 증서'를 수여하자 유족들 사이에서 참았던 울음이 터져 나왔다.
이 총장은 조사에서 "사회적 덕목인 재능 기부를 몸소 실천해온 우리 학생들, 초등학생의 눈빛이 어른거려 폭우도 마다 않고 달려간 우리의 아들 딸들, 푸르른 꿈 펴기도 전에 이토록 빨리 데려가십니까"라고 한 뒤 고개를 숙였다.
유가족 대표로 나선 고(故) 김유신씨의 작은 아버지 김현수씨가 북받치는 슬픔을 억누르며 영결사를 낭독하기 시작했다.
"내 것만을 챙기기 바쁜 이 시대에 칭송받아 마땅한 숭고한 영혼들. 너희들은 춘천 상천초등학교 학생들의 영원한 선생님이다. 우리도 너희들이 가르쳐준 대로 그렇게 살아갈 것을 약속하며 다시 만날 때까지 편히 쉬거라." 영결사 마지막에 김씨가 "유라야, 유신아, 재현아, 명준아.."라며 학생들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하자 유족들의 흐느낌은 통곡으로 변했다.
김씨는 "대학 1학년 첫 방학을 맞아 떠난 캠프에서 좋은 추억 만들고 오라고 했는데 죽어서 돌아오다니 슬프다"고 말했다.
고 이민성씨의 어머니는 "잘 가거라, 우리 아들아"라며 아들의 영정 앞에서 빗물에 젖은 인하인 증서를 하염없이 손으로 쓰다듬었다.
고 이정희씨의 여동생 이선화(23)씨는 "누구보다 친구들을 사랑하고 부모님과 저에게도 잘하는 오빠였다"며 "캠프 첫날인 25일 밤 '휴대전화 충전기를 안 가져와 혹시 전화를 못 받더라도 걱정하지 말라'며 전화가 왔었는데 이런 슬픈 소식을 듣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흐느꼈다.
유가족의 헌화가 끝난 다음 이본수 총장을 시작으로 이응칠 인하대 총동창회장,교수, 직원, 학생대표, 송영길 시장, 황우여 원내대표, 김도연 위원장 등의 순으로 헌화와 분향이 이어졌다.
20여분 만에 화장장에 도착한 유족들은 이제 영원한 작별을 고해야 할 때임을 직감한 듯 굳은 표정이었다.
관들이 차례로 화장로에 들어갈 때마다 유족들은 관을 어루만지거나 부여잡은 채 그리운 이름들을 불렀다.
고 이경철씨의 가족은 "우리 착한 경철이, 좋은 곳으로 가야 돼"라며 울먹였고 고 신슬기씨 가족도 오열하며 "잘가"라고 마지막 인사를 했다.
2시간20여분 만에 화장이 끝난 뒤에도 유족과 학교 관계자, 학우들은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