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A은행 채권운용 담당자가 전한 요즘 채권을 담당하는 외국인투자가들의 속마음이다.
최근 외국인들이 한국 채권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채권의 가치는 발행한 국가나 기업의 신용을 반영하기 때문에 이들이 한국물의 편입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은 한국의 성장세와 재전건전성을 매우 좋게 평가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 원화 가치 상승(원-달러 환율은 하락)에 대한 기대도 한몫하고 있다. 우리 돈의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해 한국 채권을 사려는 외국인 수요가 늘어나면 ‘원화 가치 상승 기대→한국 채권 대거 매입→원화 가치 상승 현실화’의 순환구조가 나타난다.
미국의 부채한도 조정이 갈등 양상을 보이고,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가 악화되면 이들 국가의 채권에 투자했을 때 큰 손해를 볼 수 있다. 반면 한국은 경제 기반이 비교적 탄탄한 데다 원화 가치 상승에 따른 추가 이익도 기대할 수 있다.
외국인들의 장기채권 투자가 늘어나는 점도 눈에 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으로 외국인의 채권 만기별 투자 잔액 중 5∼10년짜리 장기채권의 비중은 10%였으나 7월에 사들인 채권에서는 장기채권 비중이 45%에 이른다. 외환위기 직후 외국인이 한국 채권에 투자했다가 이익을 챙기고는 바로 떠났을 때와는 다르다는 얘기다.
특히 외국인들은 환율이 1100원 밑으로 내려간 직후 한국 채권 투자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들은 3월 31일 환율이 1100원 밑으로 떨어지자 이후 4개월 동안 8조8758억 원어치의 한국 채권을 사들였다. 올해 1분기 외국인이 사들인 채권 규모 4332억 원의 20배가 넘는 액수다.
환율은 이 기간에 50원 가까이 떨어지면서 연내 달러당 1000원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다만 수출 채산성 악화 등의 요인으로 환율이 계속 떨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어 새로 한국 채권을 사들인 뒤 원화 가치 상승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줄어든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환율 하락을 노린 외국인의 한국 채권 매입이 장기간 지속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신동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부채 조정 갈등과 유럽의 재정위기가 해소되는 가운데 환율이 계속 떨어지면 한국 채권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