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도 “보험사들 말조심을”
바다에서 건진 화물기 잔해 해경이 28일 제주공항 서남쪽 129km 해상에 추락한 아시아나항공 화물기 잔해를 수거하고 있다. 사고 항공기는 이날 오전 2시 47분 인천공항을 출발해 중국 상하이로 가던 중 화물칸에서 연기가 나 제주공항으로 회항하다 추락한 것으로 아시아나항공 측은 추정했다. 제주해경 제공
김수봉 금감원 부원장보는 1일 기자간담회에서 “‘사실관계가 분명치 않은 상황에서 의혹만 제기하는 것은 계약자를 보호해야 하는 보험사의 의무에 어긋날 뿐 아니라 보험업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각 보험사에 보냈다”고 밝혔다. 그는 “A 씨가 6월 여러 보험사의 보장성보험에 가입한 게 특이하긴 하지만 소득이 많은 직종일수록 보장성보험 가입 건수가 많고 금액도 큰 경향이 있다”며 “무엇보다 가족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만큼 무책임하게 말해선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현재 A 씨가 여러 보험사에 중복으로 가입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지만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하거나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보통 보험사기 조사에 착수하려면 사고와 관련된 데이터 중 의심이 드는 항목에 점수를 매겨 50점이 넘으면 사기 혐의가 있다고 보지만 아직 이런 작업을 시작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김 부원장보는 “조사 주체는 국토해양부이며 금감원은 보험 가입 상황만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료 조종사들은 의혹 제기 자체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조종사는 “B474 화물기의 맨 아래층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곳은 통로가 없어 운항 중에 조종실에서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이상 발생 후 약 15분간 부기장이 교신한 내용을 봐도 사고 수습을 위한 정상적인 절차를 진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조종사도 “화재 보고를 하고 회항한 사실 등을 볼 때 고의로 사고를 냈다는 주장은 절대 사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A 씨와 공군2사관학교를 함께 다닌 한 조종사는 “A 씨는 1일부터 사이판으로 가족과 휴가를 가기 위해 비행기표도 예매했었다. 일부러 사고를 낼 리 없다”고 말했다.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참혹했을 사고 순간을 다른 목적에 이용할 수 있는 조종사는 세계에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라며 “무사 귀환을 위해 최후의 힘까지 쏟았을 두 사람을 더는 매도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