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업자 “내일 원유공급 중단”… 우유업체들 출하량 조절나서
○ 젖소 농가 “한 발짝도 양보 못해”
젖소 농가들의 이익단체인 한국낙농육우협회는 1일 “40여 일간 이어진 협상에도 불구하고 낙농업계의 원유가격 인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며 “3일 하루 동안 우유업체에 원유 납품 거부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협회가 밝힌 공급 중단 원유량은 5200t에 이른다. 이에 따라 당분간 유제품, 특히 ‘마시는 우유’의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낙농육우협회 측은 “지난달 31일 열린 7차 협상에서 낙농진흥회가 60원 또는 81원 인상안을 제시했는데 이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터무니없는 중재안”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물가 안정 운운하며 무관세 수입 분유를 늘린다는 대책만 내놓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협회는 “구제역으로 4만 마리의 젖소가 매몰되고 900여 젖소 농가가 폐업을 해 낙농업계는 이미 벼랑 끝에 섰다”며 “5일 열리는 최종 협상에서도 인상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무기한 납품 거부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 마시는 우유 수급 차질 불가피
1일 낙농업계의 납품 거부 방침이 알려지면서 우유업체들은 곧바로 우유 출하량을 조절하는 비상생산 체제에 들어갔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유통기간이 긴 분유와 치즈는 종전 생산품으로 버틸 수 있지만 마시는 우유는 대안이 없다”며 “2일 받은 원유의 일부를 다음 날로 미뤄 생산하는 방식으로 우유 출하량을 조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우유시장 점유율 1위인 서울우유 측은 “다른 우유업체들에 비해 시유(시판용 흰 우유) 비중이 높아 유유 납품 거부에 따른 타격이 클 것”이라며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기 때문에 조합원들에게 납품 거부를 하지 말아 달라고 설득 중”이라고 말했다.
남양유업 측은 “우유 납품 농가의 90% 정도가 우리와 장기간 단독 거래를 하고 있어 동참 비율은 높지 않으리라 본다”면서도 “현재 협회가 요구하는 인상 폭은 너무 커 수용하기 어려운 만큼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우유업계 관계자는 “이번 납품 거부는 5일로 예정된 최종협상을 앞두고 실력 행사를 하려는 것”이라며 “낙농업계가 소비자를 볼모로 집단이기주의를 펼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